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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색칠해 줄게!
[교사의 창 ]
[945호] 2010년 05월 10일 (월) 17:19:27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조 영 숙

  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모든 풀잎, 꽃, 나무들이 온 몸으로 노래하고 있는 5월!
제비꽃은 보랏빛 목소리로 수선화는 노란빛 화음을 넣고 아기 새싹들은 연둣빛 새순으로 박자를 맞추며 봄을 연주하고 있다.  바라보기만 하여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봄의 얼굴을 어떤 화가가 다 그려낼 수 있을까?  봄을 노래한 수많은 작곡가들도 자연에서 들려오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소리를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해 무척 괴로워했을 것이다.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봄 인사를 한 뒤, 벚꽃이 만발하여 꽃잎을 바람에 날리고 뒤를 이어 배꽃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더니 다른 꽃들이 순서를 기다렸다는 듯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아름답고 화사한 꽃들이 짧은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제 모습을 뽐내다 다른 꽃들에게 양보하기 위해 아낌없이 꽃잎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자기 잘난 맛에 다른 세계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이기적인 인간들을 보며‘나처럼 해봐요’라며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고‘우리처럼 순서를 지키며 살아보세요. 라며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는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예쁘게 칠해져가는 자연을 바라보니 밝고 선명한 색부터 어둡고 칙칙한 색들까지 다양한 색들이 펼쳐져 있다.

  초등학교 때 구멍가게만 있던 시골에 규모가 꽤 큰 마트가 하나 생겼다. 유리창 안에 전시되어 있는 것 중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것은 알록달록 고운빛깔 크레파스였다.
옷장 속에 깊숙이 들어있던 돼지저금통의 동전을 털어 필통에 담아두고 학교에 간 날, 하루 종일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마트로 달려갔다.
키 큰 어른들 틈을 비집고 유니폼 입은 언니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크레파스를 산 후 집으로 돌아와서 뚜껑을 열어보니 작고 뭉툭한 크레파스들이 색동옷을 입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화지에 꽃, 나무, 나비, 공주, 바다 등을 색칠하다 보니, 빨강, 노랑, 초록, 파랑색 등 좋아하는 색깔은 닳아 없어지고 칙칙하고 많이 사용하지 않는 크레파스만 사 왔을 때 키 그대로 누워 있었다.
왜 하필 잘 쓰지도 않는 저런 색들을 크레파스에 넣었을까 필요도 없는데……. 하면서 무관심하게 넣어두고 다시 꺼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 언니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그림에는 모든 크레파스들이 골고루 색칠해져 있었고 더욱 놀라웠던 것은 칙칙하다고 사용하지 않았던 색들이 밝은 색과 혼합되어 더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색들이 적절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점점 색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었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모든 색을 다 사용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처럼 아주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용도에 맞게 쓰일 때 전체가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교실에 있는 어린이들이 어떤 색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눈에 띄는 화려한 색처럼 밝게 웃는 아이들의 이름만 더 불러 준적은 없었는지 고집 피우며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다고 일부러 무시한 적은 없었는지 혹은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발표하지 못한다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한 적은 없었는지…….
스펀지처럼 구멍이 송송 뚫린 허점 많은 세상에서 그 구멍을 막아 줄 역할을 갖고 태어난 귀한 존재들임에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근시안적인 사고로 그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힌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반성하며 존중과 배려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았다.
칙칙해 보이면 밝게 미소 지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어 고운 모습으로 자랄 수 있도록 예쁘게 색칠해 줄게.
다른 색들보다 유독 강하게 보인다면 차분한 색과 짝을 만들어 주어 부드럽게 자라도록 예쁘게 색칠해 줄게.

  유치원 후문, 측백나무만 뎅그러니 심겨져 있던 화단에 예쁜 꽃밭이 만들어지고 있다. 원장선생님께서 금낭화, 비비츄, 매발톱, 꽈리를 심을 수 있도록 손수 나무를 잘라 멋진 화단을 만들어 주셨다.
원장선생님의 사랑이 담긴 야생화 꽃밭을 보며 어린이들이 이렇게 자라기를 희망한다.
금낭화 꽃처럼 마음의 주머니에 행복을 가득 담고 비비츄처럼 주위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매발톱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이 잘 자라 속 찬 꽈리처럼 옹골차게 여물어서 어두운 곳을 밝게 칠해주는 희망의 색깔들이 되어 주기를.

/유구초병설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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