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에서 애 울음 소리가 들리면 상투다’라는 말이 있다. 증권사에 애를 업은 아주머니가 등장하면 주식시장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얘기다. 이와 비슷한 얘기로 ‘경제학 교수가 주식투자를 할 때가 상투다’라는 말도 있다.
 
  예전에는 그냥 우스개 소리로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선 어린아이를 업고 온 사람이면 새댁(젊은 주부)인데 새댁이 얼마 안 되는 돈을 들고 증권사 객장을 찾았으니 이미 투자할 만한 사람들은 다 투자를 했다는 소리다. 경제학 교수가 주식투자에 나섰다는 말은 많은 지식이 있는 경제학교수가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도 주식투자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설 때는 이미 좋은 시절 다 지났다는 말이다.
 
  미국의 유명한 세계적인 투자회사 사장이 어느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그 회사의 모든 펀드매니저를 불러모아 긴급회의를 하였다. 사장은 펀드매니저들에게‘우리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을 파세요! 가급적 빨리 팔아 치우세요!’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펀드매니저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사장님이 긴급회의를 한 것도 특이한 일인데 게다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을 모두 팔라고 하니 도통 영문을 몰랐다. 하지만 사장의 지시로 회사가 그동안 투자한 모든 자산을 회수하였다. 그 당시 미국의 주식시장은 최대 호황을 누리던 시기여서 다른 투자회사들은 주식을 못 사 안달이었다. 그렇게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나니 곧바로 그동안 무섭게 오르던 미국증시는 정점을 찍고 무섭게 하락하였다. 그러자 도대체 사장님이 어떻게 알고 주식을 모두 처분하라고 하였는지? 감탄하여 사장에게 물었다.
 
   “내가 이 회사에 근무한지 30년이 됩니다. 그날 아침 출근하면서 회사 앞에서 구두를 닦는데 구두를 닦는 아이가 나에게 주식시장의 전망과 그 소년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전망에 대해 물었습니다. 미국의 구두닦이 소년의 돈까지 주식시장에 들어왔다면 과연 더 이상 무슨 돈이 더 들어오겠습니까? 나는 그날 출근해서 여러분에게 우리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매도 하라고 말한 것입니다.”
 
  몇 년 전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중국펀드는 1년 만에 50%∼100%의 수익이 났다. 적금을 했던 사람들이 적금을 깨서‘차이나펀드’에 가입했고 한번도 투자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돈을 들고 객장에 나와 중국펀드에 가입했다.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도,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오로지‘차이나 펀드’였다. 단 1년 만에 10년치 이자가 나오는 말 그대로 대박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그 당시 중국과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중국 주식시장의 거침없는 상승세에 묻히고 말았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해서 신문을 보는데 ‘중국의 맹인 안마사까지 주식투자에 나섰다’라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를 보자 문득 미국의 ‘구두닦이 소년’이 생각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소림사 스님들까지 증권사 객장에 나와 주식투자에 열을 올린다’는 기사가 나왔다. 중국 맹인안마사에 이어 이제는 깊은 산 속에서 도를 닦는 스님들 돈까지 나왔다면 이제 더 이상 무슨 들어올 돈이 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 중국펀드에 가입한 고객들께 전화를 드려 펀드환매를 권유했다. 많은 분들이 펀드를 환매했지만 몇 분은 여전히 중국펀드에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펀드환매를 거부하고 계속 투자를 하셨다. 그리고 얼마 후 중국증시는 폭락을 거듭하며 펀드에 투자하신 분들이 반 토막이 났다.
 
  상가 집에 갔는데 누군가 펀드나 주식에 대해서 물어볼 때면 여지없이 그 때가 상투였다. 인간지표(Human Index)는 어떤 투자지표 보다 신뢰성이 높다.

/SK증권 공주지점 차장, 한밭대 경제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