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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천안함
[칼럼]
[943호] 2010년 04월 26일 (월) 10:21:27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이 태 묵

  천안함이 침몰된 지 한 달 내내 저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물속에서 죽음과 맞서야 했던 해군병사들의 처참한 몸부림이고, 지역 출신 이상민 병장이 죽어서 말한 사랑이 그것입니다.

  명화 타이타닉이 생각나더군요. 세계 최대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는 어둠의 바다를 순항하고 있었습니다. 선장, 기관사, 요리사, 악사 등은 승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함교에는 당직 항해사가 번갈아 조타를 하는 장면이 보입니다. 하지만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하면서 선체에 구멍이 나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구명정 앞에는 승객들이 서로 먼저 구조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선원들은 질서를 지키지 않는 승객에게 발포까지 합니다. 1997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다시 볼수록 장면 하나 하나가 머릿속에 계속 남는 것은 배가 가라앉기 시작할 때 비극적인 사랑이 시작됩니다. 서로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난리 속에서도 끝까지 키를 잡고 배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노부부, “행복한 나라로 갈 거야”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을 잠들게 하는 엄마, 구조 보트도 안타고 승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침몰하는 갑판을 지키며 악기를 연주하던 8명의 연주자들의 광경이죠. 점점 더 슬픈 감정에 쌓이게 하는 것은 배 앞부분부터 물이 들어와 배가 기울어지고 뒷부분이 하늘로 치켜 올라가게 되면서 마침내 배가 두 동강 나고 침몰할 때 나누던 사랑의 주인공 로즈와 잭이 배 끝을 잡고 매달리다가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입니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사랑해요, 당신은 살아야 돼”

  영하의 차가운 바닷물에서 잭(남자)은 로즈(여자)를 떠다니는 나무판대기위에 올려주고 죽어가면서도 “너무 추워, 로즈.” “당신은 살아야 해”살아서 아이도 낳고, 훌륭히 키워야지. “그리곤 나이 들어 편안히 죽어야 해. 여긴 아니야. 이런데서 죽어선 절대로 안 돼.” 
로즈도 속삭입니다. “사랑해요. 잭. 포기하지 마.”다시 잭은 “감각이 없어. 내 최고의 행운은 이 배를 탔다는 거야. 배에서 당신을 만난 게 얼마나 행복인지 몰라”라고 하다가 잭이 물속에 잠기면서 이 영화는 끝납니다. 1912년 4월 15일,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해 1513명의 사망자를 낸 타이타닉호.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아닙니까. 우리 천안함 사건과 사정은 다릅니다. 군함과 여객선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침몰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비슷한 점이 너무도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지난 3월 26일 밤, “꽝”폭발음과 함께 배가 두 동강 나면서부터 58명이 구조되기 까지 1시간 51분의 긴박한 순간, 신은총 하사는 폭발 충격으로 안경을 잃어버린 데다 배가 90도 기울면서 쏟아져 내린 물건들에 다리가 깔려 한 쪽다리를 쓸 수 없게 되자 출입문에 매달려 버둥대는 신 하사를 자기 안경을 씌워 김현용 중사가 구출하였다죠.

  이광희 중사는 선체가 뒤틀리면서 틈이 벌어져 함교 우현에 가까스로 매달려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자기 몸을 구부려 계단처럼 만들고선 전우들을 끌어 올려 탈출할 수 있게 했다죠. 부함장 김덕원 소령은 남아있던 전우들을 모두 탈출시키고 마지막으로 구명정을 탔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이 나뉘는 경계선에서 우리라는 전우애를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살아 돌아온 우리가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고개를 떨구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이들 58명은 살아서 돌아온 군인들 아닙니까. 함미에 있던 군인들 46명은 한 마디 말이 없습니다. 모두가 죽었기 때문이죠. 그중 한사람이 우리 고장 출신 이상민 병장 입니다. 제대 2개월을 남겨두고 끝내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왔죠. 더욱이 가슴을 여미게 하는 것은 1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나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병석에 있는 어머니, 그리고 지체 2급 장애자의 누나가 있지만 이상민 병장을 가정의 희망을 삼고 제대할 날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상민 병장 “절대로 죽어선 안돼”

  동네 사람들은 지난해 이맘때 휴가 나와 매달 8만원의 봉급을 모아 아버지 회갑연을 열어준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힘든 해군을 지원한 것은 누구보다도 넓은 바다에서 젊음을 키우려고 했을 것입니다. 사교성도 좋고 운동도 잘하고 드럼 연주도 수준급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이상민 병장이 “꽈당” 갑자기 배가 위로 솟구치고 기울어지면서 전기가 끊기고 바닷물이 흘러들어 올 때 무슨 행동을 했을까요. “아이 추워. 이 일병, 당신을 살아야 돼. 절대로 죽어선 안 돼”라며 드럼이라도 연주하면서 전우들의 마음이라도 안정시켜 주며 죽음을 맞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내 최고의 행운은 이 배를 탔다는 거야. 조국에 몸 바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최후의 운명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까요. 천안함의 밑바닥에서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이상민 병장. 격실문을 박차고 나와 보무당당하게 귀향해서 사랑하는 아버지 생일 잔칫상을 드리고 싶었을 4월 18일이 한참 지났습니다. 나라가 온통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아들 잃은 슬픔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설사 수습과정의 실수가 있더라도 비판과 비난으로 슬픔을 뒤집어씌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슬픈 천안함.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아무리 절규해도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지금 살아있는 자들이 말해 줘야 하는 것은 젊은 나이에 죽음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덩달아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망각으로의 침몰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100년 전, 대서양 참사를 끄집어 낸 영화 타이타닉처럼 말입니다.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으로 남겨야 합니다. “천안함은 죽어서 위대했노라”고.

/공주시 관광축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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