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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세상 만들기
[교사의 창 ]
[939호] 2010년 03월 29일 (월) 09:55:56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박 세 규

  교실 창 밖의 커다란 목련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줌의 햇볕도 놓칠세라 희고 맑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모습이 살아있다. 교실 안에는 녀석들이 익살스러운 얼굴을 하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던지는 말 가운데에는 녀석들의 머리에, 가슴에 남아 다 자라서도 문득 떠올려질 말도 있을 것이다.

  목련의 꽃망울을 탁 터뜨리게 할 만한 햇볕 한 움큼. 그 만큼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심어주어야 할까? 올 해에는 독서력으로 정했다. 독서력이야말로 모든 인지와 정의적 능력 발달의 기초가 된다. 하지만 이는 지도하기 무척 까다롭다.

  특히 독서는 머리와 가슴 안에서 이루어지는 내면의 활동이기 때문에 그 수준과 변화의 과정을 파악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반복이나 타율적인 학습으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지도도 과정 중심보다는 결과 중심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학교의 독서교육도 다독을 권장하고 독후활동 결과물로 칭찬과 보상을 하는 정도이다. 독후활동이라는 것도 인상 깊은 장면 그리기, 독서 엽서 만들기, 책 표지 꾸미기 등 그리기 위주의 활동으로 회화적인 표현력이 우수한 어린이들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교육청 행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독서골든벨 대회를 위하여 주인공 이름, 마을 이름, 사건의 원인과 결말 등 단순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얼마만큼 독서의 효력을 건져 올릴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이는 모두 독서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자꾸 확인하려는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에서 빚어지는 일이다.
독서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무엇을 얻기를 바라는가? 나는 어린이들이 우물처럼 깊이를 지닌 책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내면화하여 책이 지니고 있는 넓은 세계를 여행하기를 바란다.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여행할 수 있는 상상과 창의의 세계는 무한하며 그 속에서 즐거움도 느끼고 위로도 받고, 질서도 배우며 옳고 그름의 가치도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지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까? 분명한 것은 적어도 독서의 결과를 자꾸 확인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저 순수하게 즐기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참으로 어려우나 여기서 나는 경험에서 얻은 방법 세 가지 정도만 이야기해 보려 한다. 즐기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서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데에는 크게 효과를 볼 수 있었던 방법들이다.

  첫째, 독서환경을 만들어 준다. 물리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나는 인적 환경을 더 강조하고 싶다. 특히, 어린이들의 성장 동력이 되는 부모님과 교사가 독서 모델이 되어 주는 것이다. 함께 독서 시간을 갖는 것도 좋고 책을 수시로 읽어주면 더욱 좋다. 책 읽어주기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린이들이 듣기 힘들어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스스로 읽는 것보다 가까운 어른이 읽어주는 것을 참으로 좋아한다.

  둘째, 책 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면 좋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선별하여 주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좋은 책은 우선 쉽고 재미있어야 하며 작가정신이 담겨진 책이라야 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어주면서 어린이들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작가의 성장 배경과 작품과 작품의 연관성에 대해서 들려주다 보면 어린이들이 작가에 애정을 갖게 되며 작가를 중심으로 책을 선별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셋째, 그 때 그 때 상황에 알맞은 책을 읽도록 권하면 좋다. 나에게는 왕따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힘을 휘두르려는 어린이가 있을 때, 책 읽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읽어주는 책 목록이 있다. 백 마디 충고보다 감동적인 사연이 깃든 책 속의 이야기는 전달력이 강하다. 그런데 이는 어른이 어린이 책을 함께 읽고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한다. 어린이 책을 쓰는 어른도 많아졌으면 한다. 나아가서 그러한 어른들이 외국보다 우리 나라에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사 주신 아동 문고 전집 30권을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30권 중에는 우리 나라 이야기보다 서양의 이야기가 더 많았고, 그 번역체가 무척 낯설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읽고 들으며 자라나기를 소망해 본다.
/의랑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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