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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938호] 2010년 03월 22일 (월) 10:20:44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이 태 묵

새봄, 신관동 대학가 주변에는 대학생들로 모처럼 활력이 가득합니다. 새내기 철이기 때문입니다. 식당마다 꽉 들어찬 젊음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 살아납니다. 여자 옷, 남자 옷 서로 바꿔 입고 길거리를 활보하고 어느새 취객이 되어 토해내는 광경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성숙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닙니다. 거리로 갖나온 새내기들의 활력인 것입니다. 이런 새내기들을 보면서 ‘왕자와 거지’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아주 먼 옛날 왕자가 되고 싶어 하는 거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지는 왕자를 만납니다. 둘이는 나이도 똑 같고 얼굴도 똑 같습니다. 왕자는 거지의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 옷을 서로 바꿔 입기로 했습니다. 서로 왕자와 거지의 운명이 뒤 바뀌어 버립니다. 왕자는 도둑과 거지 패거리에 섞여 온갖 수모를 다 겪게 되자 왕자라고 외쳐대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습니다. 거지도 그토록 소원하던 왕자의 생활을 즐기며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왕가의 법도와 격식 무엇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후에 가짜 거지와 가짜 왕자의 역할이 밝혀지고, 백성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한 진짜 왕자는 왕에 올라 백성들에게 관대한 정치를 펴게 되고, 진짜 거지는 귀족으로 신분이 상승되면서 끝이 납니다만 동화속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지요. 그렇게도 왕자가 되고 싶어 하던 거지는 꿈이 이루어진 거지요. 용기가 대단 했지요. 젊음의 도전을 높이 살만합니다. 하지만 막상 왕자의 지위에 오르고 보니 아무것도 몰라 왕실의 생활이 감옥처럼 느껴졌고, 거지된 왕자도 배고픔이 무엇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거지는 왕자 되고 왕자는 거지 되는 옷

사회적 편견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옷을 바꿔 입었을 때 사람들은 겉으로만 그들을 판단하지, 진짜 내면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거지가 왕자가 아니라고 해도, 거지가 된 왕자가 나는 왕자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거지가 왕자의 옷을 입고 하층민의 습성을 드러내지만 사람들은 외모 속에 감춰진 진실을 여전히 보지 못하는 폐쇄된 사회를 고발하고 있는 겁니다.

하루아침에 거지가 왕자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왕자가 거지되었다가 마음대로 되돌아 갈수도 있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체험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공주도 백제 때 왕이 살았던 왕도입니다. 그러니 공주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도 왕자가 될 수 있는 꿈을 꾸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거지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멀리는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고학생들 까지 3만명이나 됩니다. 따져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가정의 귀여운 자녀들이기도 하고, 부푼 꿈을 가지고 공주로 유학 와서 영원한 공주사람이 되고자 작정한 사람들이지요. 단순히 학생들을 소비 주체로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부는 안하고 길바닥에서 옷 바꿔 입어가며 술 취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추태가 아닙니다. 유학 보내 놓고 책값, 등록금, 하숙비, 용돈 주어놓고 몰래 한숨 내쉬는 부모님을 떠올리다가도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몸부림일겁니다. 졸업 후 뭐가 될 거냐고 걱정 듣던 학생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선생님을 배출하는 전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열악했던 학교 주변 환경은 많이 좋아 졌습니다. 원룸도 많이 생겨났고 대중교통여건도 많이 개선되었지요. 부족한 것은 새내기들을 따뜻하게 맞아 줄 사랑입니다. 그동안 집에서나 한 교실에서 응석부려가며 공부하던 것으로만 익숙해진 새내기들, 낯선 환경의 착잡함과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밤새워 공부하는 고민보다 더 큰 고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를 돌아봐도 한 겨울처럼 학교 주변 분위기는 넉넉하지가 못할 겁니다. “어느 곳에서 왔습니까?”, “공부하느라 얼마나 고생합니까?”, “공주는 무령왕릉도 있고 계룡산도 있어서 지내기가 좋아요.” 이런 말 한마디의 관심이 그것입니다. 3월 한 달 ‘새내기 세일’행사도 사랑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들 가슴에 담을 따뜻한 심정을 공감하게 만든다면 아마 그 상점이나 그 식당 장사도 훨씬 더 잘 될 겁니다.

옷보다 새내기들은 내공을 공주사람은 사랑을

공주대학교 자유게시판에 “곰나루 전설을 아시나요?”라고 뜬것도 봤습니다. 백제 속에 섞이고 싶은 심정 아닙니까. 백제역사를 가르쳐 주는 것도 공주사람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이든 역사를 전공하지 않던 간에 백제 역사는 공주인이 되기 위한 자격증이 되게 해야 합니다. 호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말로 볼 때 백제 역사가 학적에 DNA로 박히도록 한다면 영원한 공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매주 토요일 날 무령왕릉에서 백제문화학교를 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새내기들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왕자와 거지에서 보듯이 옷이 날개일 수 있습니다. 외모 지상주의로 인해 사람들이 외모나 스펙들을 중요시 하며 겉멋을 부리는 행위가 많아지고 있어서 이런 사람들에게 ‘거지왕자’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뭔가 내면보다는 외형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 것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열심히 뛰었는데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한 레드퀸은 이렇게 말합니다. “도로가 뒤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앞으로 가지 않으면 뒤쳐지고 말지”라는 말. 세상은 어려움에 도전하고 자기를 극복하는 인내심을 갖고 앞으로 뛰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 직시해야할 것은 꿈의 실현은 이 보다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 세상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새 봄입니다. 새내기들이 많아 졌습니다. 공주로 유학 온 새내기들에게 베푸는 사랑이 가득해져야 대학은 우리에게 훌륭한 대학이 될 수 있고, 새내기들도 외형이 아닌 내공을 깊이 쌓을수록 큰 꿈이 펼쳐진다는 것을 ‘왕자와 거지’이야기로 대신해주고 싶은 새봄입니다.
/공주시 관광축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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