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삭기가 작업하고 있는 뒤로 양계장이 보인다.

탄천면 한 축산농가가 인수공통 전염병인 브루셀라에 걸린 소를 민가에서 70여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매몰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10월29일 탄천면 유하리 야산에 브루셀라병에 걸린 한우 큰 소 27마리와 새끼 8마리 등 37마리를 매몰해 침출수가 유출되고, 악취가 심하게 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제보를 받고 찾아간 탄천면 유하리 정 모씨 집에는 공주시에서 정운칠 축산과장과 직원이 먼저와 주민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지난 10월29일 밤에 축산농가 주인이 주민들 몰래 사체를 묻었다”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보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정운칠 축산과장은 “처리방침에 따라 축주(가축주인) 땅 산비탈에 비닐을 깔고 생석회 처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니까 현재 장소에서 300여m 떨어진 축주의 다른 땅으로 이전하면 되겠느냐?”고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옮겨주면 좋겠지만 그 전에 식수오염 우려가 있으니 급수를 해주고 장기적으로 상수도를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매몰지는 가장 가까운 농가에서 70여m 떨어져 있어 ‘집단취락에서 30m이상 이격시켜야 한다’는 규정은 지켰지만 주변으로 농가가 빙 둘러있어 어느 농가든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피해를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소사체를 묻은 매몰지는 근처에 다다르기도 전에 간장 달이는 냄새와 비릿한 피냄새가 섞인 악취가 풍겨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매몰지에는 굴삭기가 주변에 흐르던 침출수를 걷어내고 복토를 하고 있어 침출수 유출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제보자가 제보한 사진에는 이미 많은 양의 침출수가 흘러 그 심각성을 보여줬다.

▲ 제보사진. 침출수가 흘러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환경부에서 나온 매몰지침에 따르면 차수재는 환경친화성 제품으로서 매몰지 부피보다 규격이 큰 2중 비닐(두께 0.1㎜ 이상) 또는 고강도 방수천 등 차수재질을 사용하고, 가스배출관은 PVC 재질 구경 100㎜ 이상, 길이 5m, 하부 구간의 1~2m까지 유공관 위치, 매몰지 면적 90㎡ 기준으로 최소 5개, 매몰지 가스 발생 상태에 따라 증감하도록 돼 있다.

또한 침출수 배출용 유공관은 PVC 재질 구경 100㎜ 이상, 길이 5m 이상, 하부구간의 2~3m까지 유공관 위치, 바닥 및 상부에 마개(상부 마개에는 시건장치 부착) 설치하고, 매몰지 관측정은 내구성·내후성 등의 재질(스테인레스스틸 등)로 구경 75㎜ 이상, 길이 10m, 바닥 및 상부에 마개(보호캡) 설치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매몰지 선정은 지하수(지하수위와 1m 이상), 하천, 수원지, 집단가옥으로부터 이격(하천·수원지 등과 30m 이상)한 곳으로 해야 하며, 사체 위에 0.4m 높이로 흙을 투입하고 5㎝ 두께로 생석회를 포설한 후 지표면까지 복토, 계속해서 지표면에서 상부 1.5m 이상 성토. 매몰지 주변에 배수로 및 경사 아래쪽에 저류조 설치(용량 0.5㎥ 이상). 매몰지 상부로 침출수가 토출되는 경우에 저류조로 집수 가능토록 설치하게 했다.

또한 매몰사체 축종 및 병명, 매몰년월일 및 발굴금지기간, 기타 필요한 사항 등을 기재한 매몰지 경고표지판 설치하고, 매몰지 경계의 외부 이격거리 5m 이내(지하수 흐름방향)에 깊이 10m 내외의 매몰지 관측정 설치토록 하는 등 매뉴얼대로 매몰할 경우 침출수의 유출이 생길 수 없다.

▲ 매몰지 규정 단면도. 이곳은 사체를 묻는데만 급급해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 매몰지는 가스배출구나 침출수 유공관은 물론 저류조도 없이 맨땅으로 침출수가 흘러 심각성을 더했다.

이에 대해 정운칠 축산과장은 “생석회와 침출수가 반응하며 끓어오르기 때문에 3~4일정도 침출수가 용출될 수 있다”며 “지상으로 나오는 침출수에서는 병원균이 검출되지 않아 주민건강에는 문제가 안된다”며 사안을 애써 축소했다.

이 사안에 대해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지난 구제역 때문에 가축매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며 “담당 부서에서 조차 이런 행정 처리절차를 주민에게 알리거나 공지를 했어야 하는데 주민도 모르게 비공개로 묻은 것은 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주시의 직무유기로 관련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행정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매몰지에 관한 기준을 환경부에서 정확하게 지침을 만들어 지시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공주시의 무지에서 나온 결과”라며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공무원이 안전을 무시하고 방치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상식 밖의 일”이라고 분개했다.

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대연대 위원장은 “원래 규정대로 했다면 사체가 썩으면서 열이 발생하고 균이 죽어버린다”며 “규정대로 구덩이를 파고 2중 비닐(고강도 차수재질) 방수를 해서 묻었다면 침출수가 나올 수 없다. 지금 침출수가 나온다고 한다면 규정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축 매몰지는 토지이용, 발굴 등에 따른 매몰지 관리규정상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3년 이내(탄저·기종저의 경우에는 20년) 발굴을 금지하고 있으며, 매몰지 부지에 경작을 하거나 시설물 설치 등을 하는 경우에도 제한 조치가 필요하고, 매몰 후 1년 이상 경과한 매몰지(탄저·기종저의 경우에는 20년)로서 매몰지 발굴금지 기간이내에 토지 이용, 발굴 등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 매몰지의 각종 병원성 미생물로 인한 생물학적 안전성 여부 조사 실시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이전이 쉽지 않아 이전약속이 이뤄질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