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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묵칼럼]세계로 가는 길
[954호] 2010년 07월 27일 (화) 16:23:17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후 한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일본 도쿄에 사는 재일거류민단 한식협회 박건시 회장이라고 하더군요. 교포 2세였습니다.

100만 일본 구독자들이 보는 한식잡지에 공주와 부여를 게재하려고 왔다는 것입니다. 늦도록 야근이라도 해야 될 형편인데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들이 닥쳐 당황했었지요. 처음에는 꾀를 내서라도 내일 만나자고 별별 생각을 다 했지요.

하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당장 일의 중요성인 만큼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금방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사실 살아가면서 제가 다른 이들을 대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남을 배려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쁘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꼭 그 사람과 소통하지 않아도 살수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의 마음속의 갈등이 곧 이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지요. 박건시 회장의 눈빛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 식탁에는 이미 수육과 보쌈이 차려져 있었고 돌솥 밥과 막걸리만 함께 들어오고 난 후 종업원이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이런 음식점은 당장 망한다고 하더군요. 음식을 한꺼번에 차려 놓는 것은 손님에 대한 정성과 배려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겁니다.

음식은 환경도 중요하고 맛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음식을 먹는 속도에 따라 한 접시 한 접시 나와야 된다는 거지요. 가족들의 따뜻한 체온이 없는 것은 찬밥이라고 했지요. 우리의 전통문화가 그랬습니다. 외국 사람들 눈도 같았습니다.

찬밥은 음식을 망하게 한다

  한국은 고유한 문화를 지켜가며 외래문화와 섞여 또 다른 문화를 재창출하는 능력이 뛰어 납니다. 유교, 불교, 기독교가 서로 존경하고 공존하지요.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전통의식 속에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요.

드라마 대장금은 중국을 거쳐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도 80%의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지나는 객을 불러 따뜻한 밥먹여 하룻밤 재워주고 상대방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도와주는 배려의 코드가 그들을 감동시킨 것 아닐까요. 그러나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스위스 관광자원도 사실 산을 빼면 볼게 없다고 합니다.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로마와 같은 역사유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물가는 아주 비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 관광국의 명성을 지키는 것은 안전, 청결, 안락 등 소프트 인프라를 깔았다는 점입니다. 그곳에 가면 편하게 쉴 수 있다는 믿음을 상품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어 잘하면 세계적인 도시가 될 것 같습니까? 아시아에서 가장 영어 잘하는 나라가 필리핀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영어 못하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가 부자인가요. 일본이지요. 차이는 질서와 배려가 사회 깊숙이 까려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사회적 자본이 충실한 것입니다. 파리의 에펠탑. 프랑스의 상징이죠. 15센티미터 못 2만개가 조여서 거대한 에펠탑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작은 못 하나가 탑의 지탱요소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못 하나가 혼자 잘 난체 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자기 힘만으로 혼자 살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서로 협동이 일어나고 희생이 일어나는 사회가 되어야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고 세계로 일류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공주의 세계상품은 배려코드

  세계대백제전이 오는 9월 18일부터 한 달간 치러집니다. 국내 최대의 금강 수상무대와 세계 12개국의 역사도시전, 그리고 금강등불전과 한국민속예술제, 영화제, 연극제가 그 중심에 있지요. 공주를 세계에 부각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130만매의 입장권을 팔고나면 많은 관광객이 몰려 올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관광의 질이지요. 공주에 온 사람들이 다시 올 수 있게 만드는 질 말입니다. 아무리 구경거리가 많아도 행사장 내에서 관광객들의 마음을 매료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은 잠시뿐입니다. 나머지는 공주사람 사는 모습을 보러 나설 것입니다.

  요즈음 시가지 단장이 한창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력 있는 도시는 모양이 예쁜 벤치나 도로, 간판, 건축물과 물리적인 환경요소의 개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게 구경거리고 공주의 가장 큰 상품입니다.

믿음을 팔아먹는 스위스나 질서를 팔아먹는 일본처럼 지나가는 객을 불러 밥먹여 하룻밤 자고가게 하는 우리의 배려코드만 갖고도 세계 상품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이 선진 대한민국의 분수령이었습니다. 그 이전에 동북아에 일본만 있었지 한국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잘 알려지게 된 것은 작은 운동장에서 품어낸 축제열기 덕분 아닙니까. 나라가 온통 축제분위기로 휩싸였으니까요. 국민 모두가 지니고 있었던 본능적인 저력을 끄집어냈기 때문입니다.

누가 시키지 안했어도 질서. 청결. 친절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입니다. 삼성.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진입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한 달간의 세계대백제전도 최대의 축제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세계인들에게 보여 주었듯이 우리 몸 안에 간직한 융합과 배려의 코드를 끄집어내느냐 내 놓지 못하느냐가 대백제전의 성패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훗날 공주가 세계로 나간 분수령이 2010세계대백제전 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공주시 관광축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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