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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죽이다
[칼럼 ]
[953호] 2010년 07월 16일 (금) 17:54:08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이 문 하

  엇! 온몸의 신경이 쭈빗 치솟았다. 텃밭 풀 섶에서 뱀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것이다. 갈색 비늘이 반지르르 윤기 나는 독사였다. 그놈도 놀랐는지 긴 몸을 자지러지듯 옴추리고 삼각형 머리를 공격적으로 추켜세우더니 이내 방향을 틀어 스르륵 내빼는 찰라, 마침 오른손에 들고 있던 삽으로 그놈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힘이 너무 들어갔었는지 삽은 뱀의 머리를 놓치고 꼬리 쪽 부분에 찍혔다. 연이어 어금니를 악물고 일격을 가하자 이번에는 머리 쪽 뒷부분에서 두 동강이 났다. 순식간에 놈은 세 토막이 되어 각기 S자형으로 뒤틀며 오랫동안 요동치고 있었다. 지독스런 생명력이었다. 그 주검을 땅에 묻으며, “내 몸의 어느 구석에 이런 잔혹함이 숨어있었나……. 이제 나는 천당 가기는 다 글렀다”라는 말이 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왜 그랬을까?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 제법 먼 길을 걸어서 통학하면서, 당시 우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뱀을 만나기만하면 약속이나 한 듯이 돌이나 나뭇가지로 때려잡았다. 그냥 지나치는 일이 결코 없었다. 뱀을 죽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우리들의 의무인 것처럼 여겼다. 이러한 습성이 두뇌에 깊이 각인되었는지 만약 내일 또다시 뱀과 맞닥뜨리면 똑같은 행동이 반복될 것 같다. 그 이후 알게 되었지만, 지구상의 인간은 파충류를 싫어하고 특히 뱀을 증오하는 일은 인간의 원형질 속에 내재된 하나의 본능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특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뱀을 애완동물로 기르면서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뱀의 입에 뽀뽀하는 사람을 TV에서 본적이 있다. 이처럼 뱀을 목에 스카프처럼 걸치거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심지어는 구렁이와 한 침대 속에서 자는 취향을 이해하기는 쉽지는 않다. 이런 사람들은 삽으로 뱀을 처 죽이는 나 같은 사람을 무지몽매한 원시인으로 취급할 것 같다. 이렇듯 세상 사람들의 취향은 참으로 다양하다.

  근래 신경과학의 발달로 뇌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가령 ‘대뇌 번연계’라는 뇌 조직은,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실망, 걱정근심, 슬픔, 행복, 그리움 등등의 정서를 관장한다고 한다. 포유동물의 대뇌에는 번연계가 있으나, 뱀과 같은 파충류는 이러한 조직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한다. 따라서 뱀은 비정한 냉혈동물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뱀이나 도롱뇽은 모성본능도 없다.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새끼나 친족의 죽음을 지켜본다고 한다. 그러니 뱀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은 일방적 사랑을 줄 뿐 뱀과 정서적 교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개나 고양이는 번연계를 가진 포유동물이므로 그들은 주인의 감정 상태를 읽고 반응할 줄 안다고 한다. 실제로 주인이 일진이 좋지 않은 날에는 기르는 고양이나 개는 그것을 알아채고 침대 밑에 숨는다거나 함부로 날뛰지 않는다.

  ‘꽃뱀’은 남자를 유혹하고 정말 사랑에 빠진 척 하여 남자의 재산을 울쿼 먹다가, 돈이 바닥나면 가차 없이 떠난다. 여자 꽃뱀도 뱀이므로 대뇌에 번연계 조직이 미약해서 원천적으로 사랑 자체를 느낄 수가 없으리라. 마치‘제비’가 어느 집의 안채에다 둥지를 틀고 살다가 때가되면 가차 없이 날라 가 버리는 이치와 같다.
포유류 중에서 인간의 대뇌번연계가 가장 잘 진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차가 많다. 가령 어떤 사람은 걱정근심,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그의 번연계가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미온적 대뇌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걱정도 없고 겁도 없고 뱃속 편해서 세상 살기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정상인보다 범죄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최근,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이 종종 성범죄의 희생양이 되어 세상이 시끄럽다. 어린 여아가 성폭행을 당하면, 인격 장애, 대인 기피증, 뇌 발달 손상, 전 생애의 문제로 이어지므로 ‘영혼의 살인’으로 칭한다. 급기야 경찰은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가 하면, 전자발찌 제도를 소급 적용하면서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까지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다. 대개 이러한 성범죄자는 사이코패스 유형의 범죄자와 같이 대뇌 번연계가 미약하게 작동되기 때문에 비정한 냉혈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유형의 범죄자의 두뇌구조는 사랑이나 애착의 정서감응에 둔탁하므로 어린아이들을 성폭행하고도 죄책감도 없이 기회가 되면 또 범죄를 저지른다. 앞으로 뇌 과학이 더욱 발달해서 그들의 뇌신경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떤 교육훈련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 시인 장 콕또는 ‘뱀’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 시의 본문은 단지 두 단어로, ‘너무 길다(too long)’로 끝나는 너무 짧은 시이다. 그렇다. 뱀은 너무 길다. 이 시가 표현한 그대로 뱀은 너무 길어서 보기에도 징상맞다. 그래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뱀을 세 토막으로 짧게 잘라 죽였을지 모르겠다는 작위인 생각을 해보며 억지로 실소를 지어본다. 세 토막으로 잘려서 요동치던 그 뱀의 징그러운 형상이 꿈에라도 나올까 걱정된다.

  결국, 문제는 두뇌 조직이다. 사이코 패스 인간 냉혈 족속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해도, 내적으로는 번연계가 미온적으로 작동되므로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범죄행위가 너무 길어(too long)져도 뱀처럼 단박에 작살낼 수 없으니, 어쩌면 좋겠는가?

/전) 공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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