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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궁남지의 연꽃을 보며
[칼럼]
[952호] 2010년 07월 06일 (화) 17:10:50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임 덕 수

  꽃하면 우선 나의 호가 생각난다. 90년대 말에 평소 자주 찾아뵙던 스님께서 ‘곤미’라는 호를 지어 주셨다. 뜻은 꽃동산이다. 꽃과 뫼의 옛 말을 아주 부드럽게 순수한 우리말로 부른것이 ‘곤미’라고 설명해주셨다. 그러나 진짜 속뜻은 나보고 화려한 꽃, 우뚝한 큰 산이 되기보다는 이름 없는 꽃, 민둥산의 꽃, 민초가 되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깊은 속뜻을 몰라, 이 호를 받았을 때 속으로는 별로였다. 이를 스승께서 아셨는지 호를 짓고 나면 잔치를 해서 여러 사람이 부르게 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씀했는데 그냥 지나쳤다.

  정말이지 그 시절엔 뭐가 그리 바쁜지 꽃이고 산이고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마치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으며, 내가 없으면 대한민국 문화재행정이 제대로 안될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니 사람과 새와 꽃,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는 내가 우뚝한 사람으로 착각까지 하여 선출직에 나갔다가 떨어지는 등 호된 고통을 겪었다. 백수가 된 나는 산에 오르고 들을 걸었다. 그때서야 은사께서 내려주신 호가 나 자신을 경계하도록 지어주신 것임을 알았으나 이미 스님은 돌아가신 후였다.

  어머니의 꽃, 연꽃

  요즈음은 시간만 나면 산과 들에 간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충남 부여의 궁남지에 매일 간다. 연잎이 솟아올라 큰 잎이 우산처럼 펴지고, 연꽃이 여기 저기 핀 것을 보면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중략)/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연꽃을 보노라면 제일 먼저 죽은 이들이 생각난다. 작년에는 우리청의 동료과장의 부음을 듣고 소리 없이 울며 연꽃님들에게 그의 극락왕생을 빌기도 했다. 세월은 무상하여 그 친구의 일도 잊혀졌다. 이제는 어머니, 엄마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살아생전 우리가족 외에 누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까? 오직 자식들에게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어 하시다 마침내 엄마는 이름 없는 연꽃이 되어버렸다.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 어머니의 꽃, 연꽃이 부여의 궁남지에 가득 하다.

  또한 궁남지에 가면 백제 무왕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얼마나 훌륭한 아들을 갖고 싶어 했는지 이 못의 용에게 빌고 빌어 난 것이 무왕이라는 전설이 있다. 서동은 뱃장이 두둑한 사내이다. 적국인 신라에 잠입하여 ‘서동요’를 지어 퍼트려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한다. 왕이 된 무왕은 어머니와 사랑하는 선화 공주를 위해 이곳에 못을 만들었을 게다.

  더 자주 연꽃을 보며 살자

  궁남지 연의 향연은 5월부터 10월까지 무려 반년이상 계속된다. 겨우내 땅속에 박혀있던 연뿌리에 힘이 돋고 연잎이 돋아나서 연밥으로 결실이 될 때까지이다. 최근 조성한 궁남지의 연지는 우선 규모가 크다. 널따란 들녘에 수 만평의 평지 논에 연이 있다. 홍련, 백련, 황련, 수련 등 각종 연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요즈음 연잎으로 뒤덮인 궁남지는 푸른 바다이다. 백제시대에도 궁남지 주변 정자의 이름이 바다를 바라본다는 망해정이었다. 연꽃은 새색시 같다. 어떤 때는 수줍은 듯 봉오리를 열지 않는다. 그러다가 활짝 피면 연꽃은 마치 이 세상을 다 담을 수 있을 만큼 큰 그릇이 된다. 노란 꽃술과 연두색 연밥, 짙푸른 연잎, 연 줄기 그 하나 놓칠 것이 없다. 어느 한부분도 버릴 것이 없는 것이 연이다. 연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연은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꽃이다. 연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연잎 위에는 한 방울의 물이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연꽃이 피면 좋은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연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연잎과 연봉과 연꽃은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연꽃을 많이 보면 자비로운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송나라 유학자 주돈이는 연꽃을 일러 “꽃중의 군자”라 했다. 올 여름 나는 연꽃을 더 자주 보려한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문화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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