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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잘 섬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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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동 수
5월에는 어린이 날과 스승의 날이 있다. 이제 정년퇴임을 하고 학교를 바라보니 하늘같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선생님이나 어린이를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저리고 그리움이 밀려든다. 41년의 교직생활을 과연 스승이라 불릴 만큼 잘 가르치고 사랑했는가! 되돌아보니 참으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어린이가 우리들의 마음하늘이거늘 그들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여 들어주고 사랑해 주었어야 했다. 누가 뭐라 하던 나부터 사람을 가르쳐 내는 데 성심을 다해야 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어쩌면 내게는 자성하는 날들이 될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일이지만 선생님을 존경하고 섬기는 일이 사라져가고 있어서 참 안타깝다. 더러는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어도 참고 기다리며 더 잘 섬겨야 어린이들이 존경하고 배우지 않겠는가! 우리 조상들은 자신들이 배우지 못하고 일자무식이라 하더라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섬기는 일에는 지극 정성이었다.
오래 전에 쌍용사외보로 ‘여의주’라는 작은 책자를 매달 애독했다. 그중에서 선생님에 대한 글이 인상에 남아 보관했던 것을 찾아내 다시 읽어보고 소개한다. 1998년도 3월호(통권178호)이다.
그 당시 김 집(청소년연맹 총재)이라는 분이 기고한 글이다. 제목은 ‘성냥 한 개비를 두 번 쓰는 재주’이다. 글이 길어 스승에 관한 내용만 실어 본다.
『세상 모습은 늘 변하기 마련이고 사람들이 귀히 여기는 것들의 순서도 바뀌기 마련이지만 세월과 무관하게 늘 지키려고 노력해야 할 아름다운 덕목이 몇 가지는 있을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웃어른과 스승을 잘 섬기고, 자기 분수를 지켜 검소하게 살 것 - 이 세 가지가 내가 꼽는 그런 덕목들이다. 물론 세월에 따라 그 실천 방법엔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귀아프게 들려준 얘기는 ‘군사부 일체’의 정신에 관한 것이다. 아버지는 그 뜻을 ‘임금 다음에 스승, 그 다음에 부모’순서라고 새겨 강조하시며, 스승을 부모보다 우선해서 받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덕분에 나는 국민학교 입학 때부터 스승을 절대적인 존재로 여겨서, 심지어 담임이셨던 여선생님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당신이 하실 수 있는 가장 극진한 정성을 보이셨다. 해마다 가을에 첫 수확을 하면 기계로 정미하는 것보다 물레방아로 찧는 게 맛이 좋다며 정성스레 나락을 찧어서 쌀 한 가마씩을 담임선생님께 보내셨다. 제삿날이면 그 한밤중에도 제사가 끝나는 대로 음식을 싸 담임선생님께 보내드렸다. 이 음식을 갖고 나가는 대문 소리가 나야 비로소 우리 차례가 돌아오곤 했다.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나는 1년에 두 번씩은 꼭 국민학교 담임선생님께 문안 편지를 띄웠으며, 방학을 맞아 고향에 가면 역에서 더 가까운 우리 집을 제쳐두고 학교에 먼저 들러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집에 가곤 했다. 지금도 나는 중학 시절 나의 은사님 중 유일하게 살아 계신 채관석 선생님께 스승의 날에 아내와 함께 인사를 드리고 있다. 』
이상으로 스승에 관한 이야기만 짧게 옮겼다. 김 집총재님의 아버님께서는 성냥 한 개비를 칼로 길게 가운데를 잘라 두 개비로 나누어 쓰신 분이다. 두 쪽으로 가른 성냥이 가늘고 휘청거려 긋기가 어려우니, 대나무를 갈라 만든 받침대를 따로 고안하셔서는 그걸 대고 성냥을 그으시곤 한 철저한 자린고비 정신을 실천한 분이다. 그런 분이 그 옛날 농사를 지어 쌀 한 가마니를, 그것도 물레방아에 정성껏 찧어 드렸다는 것은 배운 것이 없으신 당신께서 얼마나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스승으로 섬겼는지를 잘 알 수가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이러한 우리 조상님들의 스승존경 마음이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잘 사는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 부모가 이리도 선생님을 섬기는 데 자식들이 어찌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겠는가! 학부모와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는 이 시대의 잘못된 풍조를 고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 교육을 얕보고 들어서는 정치 지도자마다 교육을 고쳐 보겠다고 갖은 방법을 써 보곤 한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고 가르친다고 하지 않았는가. 교육을 제자리에 놓아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생님을 정성으로 섬겨라! 그러면 교육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선생님을 정성으로 섬겨서 교직이 가장 하고 싶은 성직으로 만들어라. 그래야 사람다운 사람, 슬기롭고 지혜가 넘치는 그런 인재들이 선생님으로 들어올 것이다. 선견지명으로 살아오신 우리의 조상님들처럼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우선 먼저 섬겨라. 섬기기는커녕 학부모와 학생이 선생님을 평가한다고 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스승 존경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는가! 선생님 자신부터 성심으로 가르치고 사랑해서 학부모와 제자로부터 존경받는 스승이 되시기를 당부 드린다. 사랑 속에 배우고 가르치며 행복해 하는 학교현장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한 사람의 인재가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저 학생들이 우리의 희망이지 않는가!
/전 공주신월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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