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형

〈지난호 이어〉

  우리 인간사회에서 철저히 혼자인 개인이란 존재할 수 없다. 어느 시대에서든, 어디를 가든 우리는 조직집단에 소속하게 되어있고, 그 집단전체는 나름대로의 위계와 규율을 각 개인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집단 스스로의 생명력을 영위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집단 속의 각 개인들은 명멸해가도 각 개인들이 이루어낸 총합인 한 집단은 존속하는 것이다. 어떠한 집단이 번성하는 데에는 그 단체를 위해서 싸우다 이마터지면 싸 처매고 또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개인들이 있었음을 역사를 통해서 알아 볼 수 있다. 진리는 항상 정의 편에 있는 법이고, 정의를 위해서 싸우다 깨진 상처는 후일 빛나는 영광의 훈장이 될 것을 믿는 용기있는 자들에 의해서 그 조직은 크고 강대해지는 것이다.

  혹시, 내가 속한 조직만의 건실함을 위하여 타 집단의 해체 내지 무력화를 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아병 환자, 철부지들을 위해 한 마디 더 보충설명이 있어야 할 듯 싶다. 한 마디로 共同善의 추구, 나아가 四海一家로 그 뜻을 귀결시키고자 한다. 오늘날, 코스모폴리타니즘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소위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흐름을 타고 東 西 冷戰이 붕괴되고, 지구는 하나로, 인류는 공동운명체로, 보다 큰 우리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울타리를 넓혀가야 한다. 우리의 범위, 시야를 확대시켜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한다. 물고기나 새의 눈은 한꺼번에 상반된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의 눈은 고개를 돌리거나 하지 않으면 한 쪽만을 볼 수 있는 감각기관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이해하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의식의 一面性 또는 偏向性을 갖고 있다고 말한 친구가 있다. 과연 그럴까?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가장 지능지수가 발달하여 洞察力, 소위 心眼을 갖고 있다. 잘 연마하면 이면에 숨겨진 모든 것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慧眼을 가질 수 있다. 단지, 들을 귀가 없는 자, 마음의 눈이 닫혀버린 자들만이 계속 편가르기를 해대는 것이다. 기실, 그러한 편향성을 가진 자가 권력을 갖게 되면, 조직인 거개가 반대하더라도 자기가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억지를 부리는 경우를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본다. 그에 따를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 그러한 조치가 가벼운 놀이에서라면 웃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놀이가 아닌살이, 삶에서라면 그 厚顔無恥의 권력자 때문에 민중의 고통은 한 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점증될 것이다.

  한 조직 속에서 우리의 울타리를 넓혀가기 위해서는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하루아침에 한낱 범죄자로 전락해버릴 철권의 지배자는 참된 지도자일 수가 없다. 영문속담에 가장 훌륭한 leader는 가장 성실한 follower라는 말이 있다. 조직내의 民意를 성실히 좇아야 한다. 다수의 견해를 존중하는 대표를 뽑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직접, 비밀, 평등, 보통 이 네 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가운데의 선거제도이다. 우리는 선거를 하면서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과 열정 등을 가늠해 보게 된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자가 누군지 숙고해야 한다. 그런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단순한 편가르기 속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자기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선거는 편가르기가 아니다.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은 성실한 종을 간택하는 것이다. 성경의 비유에서 보듯이, 맡겨둔 달란트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주인께 돌려준 게으른 종을 뽑는 것이 아닌 것이다. 맡으라 해서 맡아두기만 한 종은 時宜適切한 판단과 행동을 하지 못한 것이다.

  또, 선거는 한 바탕 축제여야 한다. 축제가 끝나면 결과에 승복하고 다시 하나로 뭉치는 和合의 場이 되어야 한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통하여 뽑은 열성적인 종에게 달란트를 맡겨야 우리의 울타리를 크고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울타리가 현재 작고 보잘 것 없을 때 더욱 그렇다. 우리의 울타리를 강 건너 저 쪽 크고 넓은 땅에까지 맞닿을 수 있게 만들어 낼 심부름꾼을 간택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공주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