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형

  벌써 2,300여년 전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갈파하였다. 사회적 동물이라 함은 단적으로 말해서 각 개인들의 우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알고, 자기가 속한 집단전체를 위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는 것일 터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권리와 의무, 책임과 권한 등을 아울러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회는 조직을 갖추면서 많은 조직구성원들이 역할을 나누어 맡게 되었다. 어떠한 조직사회이든지, 그 조직의 크기, 성격 등에 따라 역할을 달리하는 각 지체들이 있게 마련이다. 각 부분이 모여서 전체로서 조화된 커다란 하나를 이룰 때 각 부분들은 비로소 존재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人間이란 단어를 순 우리말로 풀면 사람들 사이가 된다. 여기서 間,사이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 많은 사회조직적인 장치들이 개발되어왔다. 어쩌면 인류문화의 발전은 그러한 사회조직을 통해서만 가능하리라 본다. 그 인간 사이를 관리하기 위한 사회적 제반장치, 즉, 관습, 도덕, 법률, 나아가 종교까지 포함하는 모든 사회제도와 문명의 진보는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좀 더 쉬운 말로 하자면, 부처님의 慈悲든, 예수님의 사랑이든, 공자님의 仁이든 그것은 결국 우리 인간들이 조직 속에서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역사이래로 끊임없이 편가르기를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이념 때문에 東과 西로, 경제여건 때문에 南과 北으로, 피부색 때문에 백색과 유색으로, 심지어 원래 한 몸이고 더불어 하나로 되곤 하는 男과 女까지도 말이다. 男尊女卑니 女性上位니 男 女 平等이니 하는 말까지도 편가르기를 전제하고 있는 발상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그 편가르기는 하도 세포분열을 잘해서 우리 한국이라는 좁은 땅위에서도 경상도니 전라도니 하며 편가르기를 하고, 육지사람들은 물 아랫것이라고 섬 출신들을 貶下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주학교 출신, 왕자학교 출신 해가며 편가르기를 하고 있는 지경이다.

  필자는 언어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우리라는 단어는 울타리라는 말과 어원이 같은 데서 출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혹시 국어학을 전공한 사람이 터무니없는 소리 말라고 해도 나는 과히 괘념치는 않겠다. 필자는 우리와 울타리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개념을 설파하고자 하는 것이므로,(분명히 울타리, 그 말은 비록 개념이 약하지만 준말로 울이라고 쓰인다. 반면, 가축이 들어있는 울은 우리로 쓰인다)우리를 울안에 있는 이라고 풀어 써보면, 우리가 울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울을 견고하게 잘 만들고 끊임없이 보수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한시적이고 일회적인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 땅위에서 生滅하는 存置的 集合槪念이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주인은 우리 모두이기 때문에 우리 각자가 이 우리 조국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줄 것이냐? 하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우리의 울을 아주 튼튼하게 만들고 잘 보전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땀과 피로써 더러워 진 울을 닦아야 하고, 구멍난 곳이 있으면 살을 베어서라도 메꾸어야 하고, 허물어지는 곳이 있으면 뼈를 깎아 세워서라도 받쳐야한다.

/공주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