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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서
[기고]-신국현 순수문학등단 수필가
[1167호] 2016년 01월 15일 (금) 13:39:51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다사다난했던 을미년이 저물고 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일년 삼백육십오일의 삶이지만 누구에는 의미 있는 보람찬 한해가 될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무미건조한 삶이 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후회와 실망이 가득한 한해가 되겠지요.

한해의 시발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창한 계획과 함께 행복과 행운의 여신이 자기에게 다가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땀과 노력의 대가보다는 뜬구름을 잡으려다가 실망하기 일쑤입니다. 옛 성현들은 이르기를 어느 처지에게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산다면 후회 없는 성공의 삶이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최선을 다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간 흘려온 땀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일쑤입니다. 혈연과 학연, 지연이라는 집착의 굴레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고 갑질의 횡포가 만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서민들이나 각 업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우리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암담한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을 위해 머슴이 되겠다던 정치인들은 그 때뿐 두 얼굴을 가지고 금년 사월에 있을 총선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자기들 세력 확장을 위한 지역구 늘리기나 자기의 영달을 위한 탈당을 일삼는 철새 정치인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서 자기만이 적임자라 목청을 돋우는 그들, 왜 그들은 힘써 일하지도 않는데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인지 아이러니 하기만 합니다.

필자가 농업에 종사한지도 어언 사십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농사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박사요 전문가인지라 기상이변이 없는 한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만족보다는 불만족의 울에 갇혀 가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 때 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풍년농사 지어 놓으면 으레 가격이 폭락하고 흉년이 들면 물가안정이라는 구실아래 약삭빠르게 수입하는 꼴들을 보면 지금까지 억척스럽게 버텨온 이 직업을 솔직히 내려놓고 싶어집니다.

주변에서 가끔씩 만나는 선배님들은 일밖에 모르는 내게 일침을 가하곤 합니다. 육십이 넘으면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 이제는 큰 욕심부리지 말고 조금씩 내려놓고 마음 편히 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젊었을 때 워낙 떠벌려 놓은 일들이 많고 눈에 보이는 일들은 그때그때 해치워야만 직성이 풀리는지라 그분들의 조언은 늘 감사로만 받아들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삶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육십이 넘으면 성인병 두세가지는 기본적으로 지닌다고 혈압이 높아지고 척추 협착증이 생기고 어깨 결림증은 물론 피로는 누적되어 쉽게 풀리지 않는 등 달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욕심을 버리고 바쁜 일상들을 하나 둘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지천으로 흩어진 밤동산의 알밤들을 보면서도 크게 서두르지 않고 쉬면서 하고 은행, 호두, 단감 등의 상품성이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았습니다.

그러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이 좋아지고 삶의 활력과 함께 마음의 평안까지 찾아왔습니다. 나보다 먼저 건강을 잃어 이미 모든 걸 내던진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음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우리 농촌의 미래와 존재가 불확실해서 걱정입니다. 젊다고 해야 육십대이고 나머지는 칠십대 내지 팔십대의 고령자들이 마지못해 지켜가고 있는 우리 농촌, 십년 후엔 어떻게 될까요. 필요한 농산물들을 외국에서 사다 먹으면 된다고요. 맞습니다.

허나 처음엔 싸게 사다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차츰차츰 가격이 상승하여 우리 생활비의 절반을 차지한데도 그 답이 정답일까요. 저는 정치인들이 함께 고심하고 고민하여 하루빨리 생명창고인 농촌을 살리는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차 산업을 도외시한 나라들이 이미 이삼차 산업에서 실패한 사실들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세계 각 국과의 FTA 체결로 비대해진 기업들도 그간 볼모가 되어온 농촌을 위해 이제는 과감히 환원사업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함께 잘 사는 나라가 진정 행복한 나라이고 함께 잘사는 나라가 진정 선진국이 아닐까요.

정치에 관해서는 무지렁이인 제가 갑자기 이번 총선에 출마하고픈 생각이 드네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가뭄이 오든 태풍이 오든 괘념치 않는 그들, 신성한 국회에서 삿대질과 멱살잡이와 목자랑을 하는 그들,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뒷전에서 서성거려도 제 수당을 꼭꼭 챙기는 그들, 정년 퇴직도 없는 그들의 직업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매력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개중에는 지역민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지역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려 열심히 뛰시는 존경하는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저는 정치는 안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늙으신 부모를 가까이서 모셔야 하고 사랑하는 내 자녀들에게 무공해 농산물을 공급해 주어야 하고 치매와 중풍에 고생하는 어웃집 노파들의 집안팎도 살펴드려야 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입니다.

선거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정말 선거 잘 해야 합니다. 이제 그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설왕설래하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흑색선전과 사탕발림으로 표를 구걸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여 냉철히 판단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만 할 것입니다.

경제 한파와 계절 한파로 더 움츠리고 사는 우리 주변의 나보다 못한 불우 이웃들을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사회와 돈독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 이전에 주위에서 지켜보는 우리들의 작은 관심이 아닐까요. 병신년 새해에는 우리 서민들 모두가 삶의 질이 향상되고 웃음이 가득한 한해가 되기를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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