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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
[936호] 2010년 03월 08일 (월) 17:55:47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노 승 섭 

  갱년기를 지나려는지 몇 해 전부터 자꾸만 움츠러들고 허전하고 쓸쓸해지고 이유 없이 짜증도 난다. 이러면 안되지 싶으면서도 자꾸만 자꾸만 작아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자신감은 적어지고 두려워지는 건 많아진다. 그래서 매사가 조심스러워지고 아이들에게도 조심하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엄마는 걱정쟁이야. 웬 걱정이셔!”
“엄마, 나는 초등학생이 아니고 성인이야. 나는 엄마 학생이 아니라고.”
딸들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귀여겨듣지 않는다. 잔소리로 대충, 또는 적당히 무시하고 듣는다. 그런 줄 알면서도 또 잔소리하는 건 또 뭔 심사인지.

  내 아이들은 이제 내게 소리치고 있다. ‘제발 독립시켜 주세요!’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는다. 내 할 일을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마치 그게 내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괜한 걱정을 달고 다닌다.
“그래도 그게 아니야, 세상이 험하잖아. 팔십 먹은 아버지가 환갑 맞은 아들에게 짧은팔은 춥다고 긴팔 입으라고 하시고 다리 아프게 걷지 말고 택시 타라고 걱정한다잖아. 나도 그 소리들을 땐 웃었거든. 근데 너희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돼. 부모라는 게 그런건가 봐. 나도 잔소리 안하려고 노력 중이다.”
“엄마, 그 노력 작심 삼일인거 알지?” 기어코 딸은 내게 한마디 한다.

  ‘그래, 지나친 조바심이야. 괜찮을 거야. 마음먹은대로 된다니까 내가 맘을 크게 먹고 아이들을 날게 해줘야지. 떨어질까 봐 날지도 못하게 하는 건 말도 안돼. 어릴 때 걸음마 할 때를 생각해봐. 넘어지고 깨지고 그러면서 걸음마를 배우고 뛰어다녔잖아. 작은 상처를 딛고 더 큰 걸음을 배우게 해야하는 데 넘어질까 봐 두려워 유모차에만 태우고 다녔다면, 지금까지도 못 걸었을 거야.’ 하며 내가 나를 다독인다. 그러다 ‘그래 이제 나이도 들었고 나름 철도 들었다고 여겨지니까 독립시켜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으니까 내가 할 일이 없어지고 쓸쓸해지고 서글퍼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뭘까?

  “극장도 가고 맛사지도 받고 그래요. 여행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왜 할 일이 없어. 밖에 나가기 싫으면 하루에 영어 단어 열 개씩 외워, 치매예방에도 좋잖아.”
늘 무언가 배우고 싶어서 안달만하고 실천하지 못했으니 한번 시도해보라고 남편도 권유한다. 그렇게 내가 다른 일에 몰입하면 잔소리도 그쳐지고 생활에 활력도 생길거라면서. 그런데 참 이상하다. 시간이 없고 바쁘게 살던 젊은 날엔 그렇게 하고 싶던 것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많은 지금은 전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건 어쩔 수 없이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다. 예쁘고 쿨 하게 나이 먹고 싶은데 자꾸만 밀려나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아이들이 자라서 나를 떠날거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조금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이루어야 할 숙제다. 나이들면서 제일먼저 할 일이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연습이라고 한다. 이젠 나도 떠나보내기 연습을 해서 새로운 봄에는 훌훌 털고 활기찬 생각이 움트는 그런 날이 되게 해야겠다.
/신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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