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천십삼년은 뱀을 상징하는 해입니다. 예부터 서양에서는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는 뱀을 죽음으로부터 재생하는 생명의 상징이라 여겼고 우리나라에서는 알과 새끼를 많이 낳는 다산(多産)의 동물로 집안에 풍요와 재물을 가져다 주는 영물로 여겼습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감회와 다짐은 사람들마다 조금씩은 다를 것입니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 건강이 안좋은 사람들,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 배우자가 없는 사람들, 직장을 잃은 사람들 이런 저런 이유로 새해 첫날은 순수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삶을 재충전하고자 전국의 유명한 해맞이 장소는 북적거립니다. 비범한 사람들이나 평범한 사람들이나 미천한 사람들까지도 새해에 바라는 소망은 그 크기가 다를 뿐 다 있게 마련입니다.

필자 역시도 해마다 거행되는 면민 해맞이 행사에서 작은 소망을 빌곤합니다. 늘 우리 가족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게 해달라고 그리고 늘 무탈하기를 말입니다. 그리고 괴발개발 두서 없는 나의 글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달라고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져 중산층이 없어졌다고들 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공약(公約)도 공약(空約)으로 끝난 경우가 허다합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던 대통령도, 남북대화로 북한과 상생의 길을 열겠다던 대통령도, 서민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던 대통령도, 경제를 꼭 살리겠다던 대통령도 국민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대통령과 모든 정치인들이 자기를 지지해준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함에도 임기 중에는 물론이요 임기 말련에도 본인과 친척들의 비리가 들춰져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주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보수와 진보를 놓고 설전을 벌입니다. 보수는 부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그들의 정치이념과 추구하는 방향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서는 진보층에 비해 더 강하게 뭉친 보수층의 결집이 헌정사상 유례 없는 득표율로 첫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켰습니다. 60∼70년대 보릿고개 시절 굶주림을 해결하고 경제발전을 이룩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 앞에 독재자라는 닉네임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이 시기에 오직 민생만 생각하고 아픔과 억울함, 서러움이 있던 자리를 행복과 공정함, 희망으로 채워 주겠다는 신실한 공약에 우리 국민들은 그분의 따님에게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어머니가 자식을 보살피듯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정책을 펼치리라고 기대합니다. 부양가족이 없으므로 사심을 버리고 국정에만 전념하겠다는 그 말을 믿습니다.

계사년 우리 공주시의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이보이세(以寶利世)라고 합니다. 우리 시민 하나하나가 보배가 되어 세상을 이롭게 하자라는 의미랍니다. 내가 보배가 되는 일은 참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나보다는 내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때 가능한 법입니까 말입니다.

우리 모두 새해의 소망이 성취되길 소원한다면 그 소원이 빨리 찾아오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보다는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땀흘려 수고할 때 하루라도 더 빨리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해가 바뀌고 새날이 찾아오고 새 대통령이 탄생해도 보수니 진보니 우익이니 좌익이니 설전만 일삼고 우리의 고집과 아집을 버리지 않는다면 새해가 무슨 필요가 있을 것이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공주신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