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
윤 충 로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는 현실적 위협이 되었다. 곧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3차 핵실험은 이런 위협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인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우리는 북한 핵무기 문제를 풀기 위해 마련된 6자 회담이 끝내 실패한 까닭을 먼저 살펴야 한다. 6자회담은 처음엔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었다.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의 위세는 회담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며 중국은 적극적으로 협상을 주선했고 북한은 좋은 조건을 얻으면 핵무기를 실제로 포기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의 늪에 빠져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고려할 수 없게 되자, 회담은 이내 멈췄다. 북한은 태도를 바꾸어 비협조적이 되었다. 그 사이에 중국의 미국에 대한 상대적 지위가 빠르게 높아져서 미국으로선 북한에 압력을 넣으라고 중국을 압박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반세기전 한국 전쟁에서 자신과 싸웠던 나라가 자신에게 매달리는 것이 어찌 나쁘겠는가? 여기에 본질적 문제가 있다. 중국으로선 현재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국 전쟁에서 자신이 도와준 북한에 대한 역사적, 심리적 호감도 있다. 원래 북한이 중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역사적 사정도 있다.

  실질적 차원에서도 북한의 존재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에서 중국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 미국과 중국이 점점 대립적 관계로 되어가는 지금, 미국이 북한 때문에 세계적 전략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중국으로선 큰 이점이다. 그러나 중국의 미온적 태도만으로 6자회담의 실패를 설명할 수는 없다. 북한과 미국사이의 힘의 불균형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 핵무기를 없애겠다고 결심했다면, 사정은 근본적으로 달라졌을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형태는 미국의 정치적 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읽은 데서 나왔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는 외교를 통해서 풀겠다”고 선언한 순간 외교적 실패는 필연적이 되었다.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는 외교적 영향력이 스밀 틈이 없는 체계다. 그들은 오직 자유로운 나라는 전체주의 국가와 맞설 만큼 굳은 정치적 의지를 지니기 어렵다. 시민들은 늘 유화적 정책을 선호한다. 
 
  북한 핵무기를 없애려는 미국의 오랜 노력이 남긴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입지의 강화나, 북한의 약속만 믿고서 미리 준 막대한 원조는 북한이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북한 핵무기의 정당성이 크게 강화되었다. 무엇이든지 오래 지닐수록 소유의 정당성은 커진다. 미국을 비롯한 핵무기 보유 국가들에 부여된 정당성이 일찍 핵무기를 보유한 기득권을 인정받는 “할아버지권리(grandfather rights)”일뿐이라는 사실은 핵무기 보유기간의 중요성을 더욱 키운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아시아지역 비밀임무 책임자였던 아트브라운(Art brown)은 지금 미국이 북한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강요할 힘이 없다고 솔직히 밝혔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로 미국의 역량이 너무 분산되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나쁘다. 핵무기의 군사적, 심리적 힘이 워낙 크므로, 핵무기가 없는 우리가 핵무기를 지닌 북한에 맞서기는 어렵다. 우리 자신이 핵무기를 지니지 않는 한, 우리의 안보인 근본적 약점이 존재할 것이다. 동맹국이 제공하는 핵우산도 우리 자신의 핵무기와 같을 수는 없다. “한 치 건너 두 치”라는 그 틀대로 북한의 위협은 집요하게 파고들 터이다.

  난감하게도 핵무기의 개발은 무척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선 그런 선택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상황이 본질적으로 달라졌다. ‘외교를 통한 해결’이라는 구호 뒤에 숨기에는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북한의 없어지지 않을 핵무기에 대응해서 우리도 핵무기를 갖추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선언해야 한다. 북한이 자신의 핵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 하겠노라고, 우리의 이런 선택은 북한에겐 핵무기에 관한 정책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터이고 북한의 일방적 핵무기 개발에 대해 별다른 대응 수단을 지니지 못한 우리와 미국 및 일본에겐 좋은 협상패가 될 것이다.

  만일 북한이 끝내 핵무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여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최선의 방안은 북한 핵무기의 철패와 연계시키면서, 핵무기와 운반체를 실제로 만드는 상황의 직전 단계까지 필요한 작업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공주시재향군인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