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서울의 S대학교 경제학 교수가 미국에 가서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와 나눈 대담이 경제신문에 크게 실린 적이 있다.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과연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쳤던 기억에 잠시 두 사람의 대화를 간단히 옮겨본다. (편의상 한국의 경제학 교수는 K, 미국의 경제학 교수는 A라 함)

A : “미국사람과 한국사람 중 누가 더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K : “당연히 한국사람입니다.”
A : “맞습니다. 한국사람이 일하는 노동의 양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습니다. OECD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최고로 많이 일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사람과 한국사람 중 누가 더 잘 삽니까?”
K : “미국사람입니다.”
A :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것은 한국사람이지만 더 잘사는 것은 미국사람입니다.”
K :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 :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한국사람도 잠은 자지만 미국의 달러는 잠을 자지 않습니다. 달러는 하루 24시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돈을 벌어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조선대국이다. 우리나라 조선사가 배 한 척을 수주받아 배를 건조하여 인도하기 까지는 대략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동안 수 백 명의 근로자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 흘리며 일한다. 이렇게 일해서 벌어들이는 돈(순이익)이 배 값의 약 5-10% 정도이다. 즉 5천억 원 하는 유조선이나 초대형컨테이너 선을 만들어주고 버는 돈이 대략 250억 원 에서 500억 원 정도 되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배를 주문한 외국의 선주는 ‘갑’이 되고 그들의 배를 만드는 우리나라 조선사는 ‘을’의 관계가 된다.

  우리나라에 배를 주문하는 선주는 모두 자기 돈으로 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은행에서 돈을 빌려온다. 이때는 돈을 빌려주는 유럽의 은행들이 ‘갑’이 되고 돈을 빌리고자 하는 선주는‘을’이 된다. 유럽의 은행들은 편히 앉아서 돈을 대출해주고 몇 년간 땀 흘려 고생한 우리나라 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 (금리가 낮아도 대출기간이 길기 때문에 은행의 수익은 엄청나다)

  재주는 우리나라 사람이 부리고, 돈은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챙겨가는 격이다. 이와 같은 예는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는 이제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전기전자 회사가 되었다. 당당히 1등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D램, 휴대폰, 가전제품(TV, 세탁기, 냉장고, 컴퓨터 등)을 열심히 팔아서 돈을 벌어도 그 절반은 삼성전자 지분의 5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에 고스란히 가져간다.
삼성전자의 수많은 임직원들이 땀을 흘려 어렵게 벌어들이는 돈을 그들은 시원한 곳에서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똑같이 주머니를 채우고 있으니 생각할수록 분하고 억울한 일이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현대차, POSCO, 우리나라의 모든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돈 역시 거의 대부분이 외국인 몫이다. 올해 상장회사에서 지급하는 배당금이 약 5조원 정도로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 역시 대부분 외국인이 가져간다. 이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보다 내가 가진 돈이 돈을 버는 금융소득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은 주유소 직원이 더 많이 하지만 돈은 그 시간에 골프장에서 공을 치는 사장이 더 많이 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SK증권 공주지점 차장, 한밭대 경제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