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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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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동 수
내 고향 공주는 변함이 없는 조용한 역사의 도시다. 혹자는 공주시가 너무 발전이 없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공장이 들어서지 않고 발전이 그나마 더뎌서 아늑하고 자연이 숨쉬는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저녁에는 이웃집 어른들이 마실을 와서 봉초담배를 나누어 피는 모습을 봤다. 이웃사촌이라고 해서 작은 먹을거리도 나누어 먹고 애경사를 같이 혜쳐나가는 그런 삶이었다. 좀 먹을 것, 입을 것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지금보다 오히려 살기 좋았던 시절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살펴보기로 하자.
정년퇴임을 하고 손자손녀를 보는 것이 내 직업이 됐다. 자식에게 큰 재산도 물려주지 못하고 간신히 대학까지 가르쳐 놓았을 뿐이다. 자식 부부가 열심히 벌어먹겠다고 하는 데 어찌 손자손녀를 돌보아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루는 손자를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의 조용한 아파트 주변을 돌고 있는 데 서너 명의 아주머니들이 어지럽다고 다른 데로 가라고 핀잔을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숨이 막히고 말이 나오지 않아 조용히 그 장소를 피해 나와 생각을 해보았다. 보아하니 나이들이 지긋하여 손자손녀를 두었을법한데 정이 없는 소리를 한다. 모질고 각박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메마르고 각박한 인정이 내 손자에게 미칠까봐 지금도 그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 않는다.
내 집 뒤에는 공터가 있다. 남의 터를 얻어서 채소를 가꾸어 먹는다. 열심히 가꾸어서 이웃과 절친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며 살고 있다. 하루는 김장 채소를 심기 위해 거름을 사다가 밭에 뿌리고 있는 데 이웃집 창문이 열리며 내 자식 같아 보이는 나이의 청년이 고함을 친다. 냄새가 난다고 당장 치우란다. 우선 사과를 하고 하던 일을 멈추고 말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모든 밭에 인분을 뿌리고 농사를 지었다. 인분을 밭에 주면 그 냄새가 여러 날 지독히 난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라 참고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이제는 거름 사다 주기가 겁이 난다. 조금만 냄새가 나면 사람들이 절대로 참지를 않는다. 파는 거름이 냄새가 나는 것도 못마땅하고 조금도 참고 살려고 하지 않는 지금의 세태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도시 속에서 농사짓기가 참 어렵다. 농사가 우리네 생명 줄인 것을!
퇴임을 하고 가끔 음악회를 간다. 음악회에 가면 내가 가르치던 제자들이 왔나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서너 명의 제자들이 반갑게 달려와 인사를 한다. 그러면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가 가만히 안아주고 귀에다 속삭여 준다. “오래간만이네요! 사랑해요! 사랑해요!”라고 내 영혼을 다해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 준다. 그런 제자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부모가 있다. 저기 교장선생님이 계시니 인사하고 오라고 다독인다. 물론 부모도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훌륭한 부모 밑에 착한 자식이 크고 있고, 훌륭한 스승 밑에 사람답게 배우는 제자가 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옆에 앉아 있는 제자가 인사를 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제자 같은 데 인사를 하지 않으니 나도 불안하고 마음이 편안하지도 않다. 물론 부모도 외면을 하고 모른 체 한다. 내가 낳은 자식 성공시키려면 사람답게 키워놔야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웃집에 내 나이 또래의 노인네가 산다. 이유도 없이 내 집 옆의 공터이니 자기 땅이란다. 그리고는 수년간 남이 농사를 짓던 땅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내가 농사짓는 터는 좀 떨어져서 화를 면했다. 그런데 내 집 담 밑에 호박을 심어 먹었는데 내년에는 호박을 심지 말란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모기가 생겨서 자기가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고 한다. 같이 싸울 수도 없고 해서 그러마 했다. 그런데 얼마 있다 보니 자기 밭에는 호박이 자라고 있지 않는가! 지금의 세상이 사람의 마음을 메마르게 하지 않았는가 의심이 든다. 사람 인심이 이리 변해서는 아니 될 텐데…….
살아가면서 어떤 이는 마음을 잃고 또 어떤 이는 마음을 챙기며 살아간다. 마음에 따뜻함과 연민이 있다면 그는 마음을 챙기며 사는 사람이다. 공주 시립도서관에는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저녁에는 충남교향악단과 프리마 앙상블이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고, 산성공원과 금강둔치에는 꽃을 즐기며 건강걷기를 하는 공주시민들로 넘쳐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 자신이 내 고향 공주를 가꾸어 나가고 그 속에서 행복과 사랑을 즐겨보자. 사람과 사람이 신뢰하고 생명과 생명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선조들의 삶속에 묻어 있는 지혜를 현대적인 의미로 되살려 문화예술과 생활체육을 즐기고 책읽기를 생활화하는 가운데 여유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공주를 기대해 본다. 공주 사람이 공주 사람 생각하는 마음 만큼 내 고향 공주땅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전 공주신월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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