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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길
[칼럼]
[956호] 2010년 08월 23일 (월) 13:59:54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임 덕 수

  우리 속담 중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현재의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죽음의 세계인 저승보다는 이승이 훨씬 좋다는 뜻일 것이다. 정승보다 부자보다 개똥밭에 굴러도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좋고 낫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부터 오복 중에서의 으뜸은 장수하는 것이었다. 오복은 다섯 가지로 오래 사는 것, 부자로 사는 것, 귀하게 사는 것, 자손이 많은 것, 마음 편하게 사는 것 등을 이야기 한다. 오래 사는 장수에 대한 바람은 최근에 와서 의료와 보건 분야의 과학기술 발전으로 많이 실현되었다. 옛날에 비하면 누구나 오래 사는 장수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장수시대라 해도 천 살, 만 살까지 살수는 없는바 누구나 죽게 되어 있다. 얼마 전에 잘 아는 스님의 영결식이 마곡사에 있어 참석 했다. 그 스님은 마곡사 주지도 하신 적이 있는 등 불교계의 원로 스님이셨다. 원로라고는 해도 칠십대 전후의 나이로 알고 있어 깜작 놀랐다.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스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제기랄, 막말로 우리같이 힘없고 돈 없는 무지렁이들도 견디어 힘들게 사는 세상인데, 스님께서 불쌍한 우리 중생들을 구제는 못할망정 자살하다니, 개똥밭의 민초들은 어찌 살라고……. 문상이고 뭐고 돌아갈까 하여 망설이기도 했다.

  영결식장에는 수많은 스님과 일반인들로 가득했다. 염불과 목탁소리와 수많은 산 사람들의 소란함이 정숙해지자 식이 진행 되었다. 주로 스님들의 의례적인 추도사가 이어졌다. 나는 시큰 둥 했다. 자살한 스님에게 무슨 추도의 말이 저리 많을까라는 생각에 잠겨서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어느 스님인가가 추도사를 하는데 첫마디부터 목이 메어 말을 하지를 못했다. 울음을 참느라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그의 울음은 의례적인 것이 아니었다. 끝내 그 스님은 추도사를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 영결식장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울음의 의미를 어렴풋이 안 것은 한 번 더 놀란 후였다. 스님의 죽음은 독특했다. 스님은 남해의 어느 시퍼런 바닷가에 가사장삼 다 벗어버린 후 돌멩이를 잔뜩 담은 배낭을 지고 바다에 뛰어 들어 죽었다고 한다. 그 스님의 생전 육성법문에서 말하듯이 이 세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 버리라 한 것을 몸으로 실행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추도사 도중 오열한 스님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세상 버리고 출가한 스님이라 해서 고향의 부모형제, 친구와의 어린 시절 추억이 없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득도를 했다 한들 시퍼런 바다에 뛰어든 상황을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오지 않겠는가?

  돌멩이를 바랑에 매고 죽는 이야기는 금강을 노래한 신동엽 시인의 “금강잡기”라는 글에도 있다. 1950년대 금강 연변 B읍(부여로 추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온 천지를 뒤집어 놓을 듯 쩌렁 쩌렁하는 뇌성병력과 세찬 비바람에 놀라 마을 사람들은 새벽잠을 깼다. 어마 어마한 천둥번개가 친 이유는 이렇다. 조약돌이 가득 담긴 바랑을 허리·어깨에 졸라매고 세 사람의 여승이 나란히 서서 금강 속으로, 금강 속으로 걸어가 생을 마감하던 그 순간 하늘과 땅이 놀라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조약돌이 가득 담긴 바랑 주머니를 매고 귀신도 모르게 조용히 일렬로 늘어서서 강의 중심을 향하여 들어갔으나 불행히도 건너 마을의 사공이 발견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밤새 마을 사람들이 강물 속을 더듬어 열여덟 여승의 시신은 찾았으나 스물두 살과 스물네 살 이라던 두 여승은 끝끝내 찾지 못했다고 한다. 신동엽 시인은 말한다. 그들은 이승의 세계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한 가닥 미련도 없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을까. 또 어찌하여 하늘은 그들의 죽음에 주먹 같은 소나기와 뇌성병력을 조화했을까.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있었던 스님의 자살과 신동엽 시인의 글을 통해서 어떤 죽음이든지 간에 함부로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또 한편, 우리의 선조들은 왜 그리도 천수를 다 하는 것을 가장 큰 가치요, 복으로 생각했는지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도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면 할말을 잃는다. 평소 어머니는 생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셨다. 그러나 병치레가 길어지면서, 모시고 있던 내게는 말 못하시고 큰 아들에게 수면제를 모아두지 못한 것을 후회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통곡하며 울었다. 죽음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얼마나 외롭고 힘든 구십 평생을 사셨을까. 자살이 많은 이 시대 자살은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도 있다. 우리 모두 행복하게 오래 오래 천수를 다하며 사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살자.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문화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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