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문맹을 없애라!’ 이 말은 얼마 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교육정책과 관련하여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을 늘려 그들이 사회에 나오기 전에 금융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을 갖추도록 교육책임자에게 지시한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이라는 훌륭한 조상을 두어 전세계에서 가장 문맹율이 낮은 나라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글을 알고 읽고 쓸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니 다시 한번 세종대왕님께 고마울 따름이다.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컴맹’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유자재로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고, 인터넷 보급률과 인터넷 속도가 세계 최고이다.

  그렇다면 금융은 어떤가? 솔직히 답변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영국은 아이들은 10세 전후가 되면 정부에게 일정금액을 지원해서 의무적으로 펀드에 가입하여 투자를 실제 몸으로 익히게 한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 역시 금융교육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국민들의 금융지식 수준을 높이고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잠시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가고 만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영어와 수학 등 입시에 유리한 과목에 집중한다. 하지만 애를 써서 좋은 대학가는 이유는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서다. 좋은 직장을 잡는 이유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좀더 고상하게 말하면 사회에 기여하고 자아를 완성하기 위함이라고 배웠다.

  우리가 열심히 배우는 영어, 수학, 과학, 국어 등은 대학입학시험과 입사시험에는 필요하지만 정작 사회에 진출해서는 별로 쓰이는 경우가 없다. 중고등학교 때 머리 아프게 배웠던 2차 방정식, 함수, 미분, 적분, 행렬 등등은 그 후 한번도 실제 생활에서 써먹어본 기억이 없다.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전세계약서 작성법’‘매매계약서 작성법’‘펑크 난 타이어 교체하는 법’‘페인트 칠하는 법’‘전구 갈아 끼우는 방법’등이 필요하지만 학교에서는 평생 써먹지도 않는 어려운 것만 가르치고 정말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서 맨땅에 몸을 부딪혀 가면서 살이 까지고 피를 보면서 배운다.

  금융과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돈과 관련되는 문제지만 정작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에 나와서 수십 년간 어렵게 모은 종자돈으로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조금씩 눈떠간다. 입을 것 못 입고, 먹을 것 못 먹고 어렵게 모아서 이제 좀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기대해 보지만 여지 없이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전혀 투자에 대한 공부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반팔에 슬리퍼를 신고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려고 하는 사람과 무모하기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한밭대학교 금융경제공학 대학원이나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는 금융과 투자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공주대학교에서 하는 평생교육원 강좌는 사람이 없다.
/SK증권 공주지점 차장, 한밭대 경제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