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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봉지
[교사의 창]
[954호] 2010년 07월 27일 (화) 17:12:02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조 영 숙

  여름, 빨강색 오픈카에 몸을 싣고 출렁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쫓아 노을이 내려앉을 때까지 하염없이 질주하고 싶어지는 계절!
빨강색 오픈카 대신 10살이 조금 안된 낡은 차를 몰고 바닷물인양 거칠게 호흡하며 내려가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차창 밖으로 슬쩍 손을 내밀어 본다.
손에 들어 온 바람은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새털처럼 부드럽다.
바람을 손에 쥐고 주물럭거리다 보면 어느새 봉지가 주렁주렁 달린 배 밭이 나온다.
지난 봄, 눈처럼 달려있던 하얀 배꽃이 떨어지고 난 자리에 방울방울 맺힌 앵두만한 아기 배들이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종처럼 노란종이에 꽁꽁 묶여 매달려 있다.
시원스럽게 부채질 해주는 바람아저씨의 손길도 못 느끼고 여름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꽃들의 미소도, 올망졸망 모여 있는 친구들과 정다운 눈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세상과 격리되어 매달려 있는 배들을 생각하니 얼마나 덥고 답답할까 하는 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왜 봉지에 싸서 키우지?’하는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배 농사를 지어 본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첫째, 병해충에서 보호하고
둘째, 농약이나 유해물질을 직접 닿지 않도록 하며
셋째, 뜨거운 햇볕을 받아 타지 않도록 배의 표면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말하자면 봉지는 위험한 요소로부터 피해를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과일이라고 모두 봉지에 싸서 재배하는 것은 아니다. 봉지를 사용하는 과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과일이 있으며 오히려 자연적으로 재배할 때 당도가 높고 맛이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

  봉지 속의 아기 배들이 어른 배가 되기까지 철저하게 격리되어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기 배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봉지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톱만한 배가 탐스러운 과일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돌봐 준 농부들의 손길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담겨있었을까?
저 작은 과일들조차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봉지를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우리의 어린이들이 일부 파렴치한 어른들의 비인간적인 행위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지 생각만 해도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힘없고 자기방어조차 할 수 없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보호막이 되어주기는 커녕 약함을 이용하여 그들의 성장에 해를 가하는 벌레와 같은 짓을 하는 어른들의 횡포를 보면서 그에 대한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함을 새삼 절실히 느껴 본다.

  특히 얼마 전에는 갓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성에게 목숨을 잃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런 저런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유치원에서 전문기관의 강사를 초빙하여 바람직한 자녀양육 및 성예방 교육을 중심으로 학부모 연수를 실시했는데 대부분의 참석자가 어머니들이었다.
사실 어머니들 또한 가해보다는 피해를 입는 약한 존재이다. 연수 내용 또한 아동 학대와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로 어머니보다는 아버지들이 더 많이 참석하여 연수를 받았으면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들은 TV나 교육관련 잡지, 세미나 등을 통해 자녀 양육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고 또래를 키우는 다른 어머니들과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어느 정도 자녀양육에 관심을 갖고 지도하지만 아버지의 경우는 어머니들보다 관심이 적으며 참여도 또한 낮은 편이다. 성폭행의 가해자는 거의가 남자이다. 남자가 되기 전까지 남자 아이였을 때부터 정당하고 바르고 참된 인격을 가진 바른 남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아버지들이 발 벗고 나섰으면 참 좋겠다.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던 여성들이 임신했을 때 뱃속의 태아를 지키기 위해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하여 10달 동안 키워 온 것처럼 세상 밖으로 나온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이제는 아버지들이 봉지속의 배를 길러내 듯 그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한다.

  이제 유치원에서 학부모 연수도 어머니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아버지들이 참여하는 연수가 되었으면 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위해 일생에 단 한번뿐인 유치원시기에 한 시간만이라도 그 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그 자녀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게 되는지.

/유구초병설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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