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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될 때까지
[교사의 창]
[949호] 2010년 06월 14일 (월) 15:20:34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조 영 숙

유치원 후문으로 나가면 작은 산속처럼 꾸며진 전원주택의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담을 따라 쭉 걸어 가다보면 귀한 화초들이 마당 그득 앉아 있다. 진귀한 것들로부터 아기구슬이 소담스럽게 봉긋 솟아오른 빨간 뱀딸기까지 한 식구가 되어 귀하게 대접받고 있다.

  6월의 산자락은 동화책에 나오는 거인의 숲처럼 녹색 털들로 북슬북슬 덮여있다. 바람이 불 때면 마치 거인이 걸어가듯이 산이 통째로 흔들거린다. 봄의 향기는 점점 옅어지고 새로 산 향수 뚜껑을 열 때처럼 상큼한 여름향기가 장미넝쿨에 내려앉아 꽃잎이 움직일 때마다 코끝에 살짝 와 닿는다. 이 맘 때쯤이었을까?
꽃바람에 취해 나비처럼 날아다녔던 6살의 어느 초 여름날, 새로 산 꽃신을 신고 마당을 뛰어놀 때였다. 갑자기 할아버지께서 부르신다. 놀라서 토방으로 올라갔더니 호통을 치시며 신발을 벗으라신다.

  그리고는 똑바로 신으라고 하신다. 왜 그러시는지 이유도 모르고 신발을 신었더니 다시 벗으라시며 마당으로 던지신다. 그렇게 반복하는 동안 식구들은 모두 마당에 나와 구경을 하고 있었고, 마당에 던져진 신발만큼이나 내 마음도 힘없이 지쳐 쓰러져 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오른쪽 왼쪽을 구분하여 신을 신지 않은 것을 보시고 무작정 똑바로 신으라고 화를 내신 것이었다. 오른쪽 왼쪽 개념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시를 당했던 경험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슬픈 유년의 기억이 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왜 아무도 할아버지를 말리시지 못한 것일까? 절대자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가족이 아무도 없었으리라. 그때 느꼈던 모욕감과 좌절감이 열등감이라는 싹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었을지라도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주는 시간이 있었다면 그 상처가 치유되었을 텐데 그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고 어린아이를 인격체로 여기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않았던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소중한 존재이고,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무시부터 당했던 기억은 집단에서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앗아가기도 했다. 반장선거를 할 때에도 혹시 내 이름이 불리면 어떻게 하지? 막상 후보로 거론되었을 때 정말 표가 많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초조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인정받지 못한 자, 결코 집단의 리더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된다.
나비가 되기까지 알, 애벌레, 번데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징그럽고 볼품없는 모양 때문에 누구하나 예쁘다고 사랑해주지 않지만 시간이 흐른 뒤 고운 날개를 펴고 꽃밭을 향해 날아가는 비단 같은 나비를 바라보며 그 자태에 취해 탄성을 질러댄다.

  어린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바르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구쟁이에 고집스러움까지 어디 한군데 믿을만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도 언젠가는 저 아름다운 나비처럼 두 날개를 펼치며 세계를 향해 힘껏 날아가는 멋진 청년들로 탈바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비가 될 때까지 과정을 지켜보며 참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자. 부족해 보여도 실망하지 않고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교사가 되어주자.

  리더가 된다는 것!  잠재력 있는 어린이들이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자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신념을 주는 진정한 leader가 될 것이고 공평하지 않은 대우와 무시를 받게 된다면 공포를 주고 복종을 요구하는 Boss가 될 것이다. 교실의 한 코너에는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잠을 자고 있다. 그 옆에 꾸물꾸물 누에가 버석버석 뽕잎을 먹고 있다.
애벌레나 누에의 모습이 징그러워 만지지 않고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어린이들에게 장수풍뎅이의 멋진 모습과 아름다운 비단실을 만들어주는 누에의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건강하게 자라라고 먹이도 주고 잘 보살펴 준다.

  누에와 장수풍뎅이의 한살이를 지켜보면서 참고 기다리는 것을 배우는 어린이들처럼 그들이 잘 자라서 작게는 몇 명의 공익을 위해 크게는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때까지 지원해주고 기다려주는 멋진 우리들이 되었으면 한다.

/유구초병설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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