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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타 지역과 역차별 문제 미흡”
<인터뷰>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
[931호] 2010년 01월 25일 (월) 18:11:42 이종순 기자 jsoon82@hanmail.net

세종시 문제는 곧 ‘국가 문제’
원안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어
수정안 발표는 정치적 의구심


  풀뿌리민주언론연합인 충남지역신문협회(회장 이평선)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으로 인해 책임을 지고 충남도지사직을 사퇴한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를 만나 세종시의 문제를 집중 점검했다.
/편집자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

   - 1월11일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을 총평한다면.
  △정부안을 보니 일단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 충청권 발전, 혁신기업도시 등 타 지역과의 역차별 문제 등 본질적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다.

  따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원안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아무래도 이 문제는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끝없는 논쟁 속에 빠져들어 대국민 혼란과 갈등이 발생될까 대단히 걱정된다. 충청권 문제를 이미 넘어선 국가적 문제가 됐다. 지난 11일 발표한 안은 기업유치, 외자유치 한 당사자로서 볼 때 쉽게 가시화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이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큰 정치적 결단이 없으면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지금도 ‘원안 고수’소신에는 변함이 없나.
  △‘행복도시 원안추진’에 지사직을 걸었고 이를 실천했다. 도민이 뽑아준 영예스런 직을 떠나야 한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그 고뇌에 대해서는 미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원안보다 나은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소신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앞으로 무엇이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한 일인지 충분히 숙고해 볼 생각이다. 아직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생각이다.

  - 삼성 롯데 한화 등 대기업 유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빅딜설’등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빅딜설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기업 이익의 다른 목적 외에 움직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번 수정안에 따르면 대기업 유치가 포함돼 있다. 세계적인 기업이 첨단 사업을 투자하기 위해 세종시에 입주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했던 9부2처2청을 제외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삼성 등의 기업 유치는 곤란하다. 이번 수정안 발표가 오히려 정치적 선택(고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 기업 투자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
  △도지사 3년 반 동안에 투자유치 한 게 47조원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것이 약 4조5000억 정도이며, 3년 반 동안 투자 유치한 47조의 1/10 정도 밖에 안된다.

  그것을 20∼30년 동안 한다는 것은 규모가 굉장히 작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 12일 아침 언론을 보니 삼성에서도 시장 상황이 바뀌거나 법제화가 안 될 때에는 물러설 수 있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또 실제 한화의 경우에도 충남 당진에 380만평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데, 토지 보상비가 약 2조4000억 정도 된다. 그런데 2년 반 동안 그렇게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전 점을 감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로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기업이라는 것은 시장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일시적 상황에 의해서 의사 결정을 할지는 모르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는 게 기업의 특성이다.

  - 대학 입주가 확정된 곳도 고려대와 KAIST 두 개 뿐이어서 ‘교육 중심 도시’라는 취지가 무색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정부 발표대로 카이스트와 고려대는 원안에 근거해서 세종시에 입주의사를 밝힌 대학이다. 수정안의 내용은 부지규모를 대폭 확대한다는 것인데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정부가 표방한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고급인력양성이 중심이 되고 연구소·기업이 연계돼야 하는데 정부안에 따르면 대학 수도 부족하고 연구소와 기업과의 연계전략도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교육과학 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벤치마킹한 RTP(Research Triangle Pa가)를 좀 더 연구할 필요다 있다(RTP에는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 대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등 3개 주력 연구중심대학을 포함 11개 대학에 총 11만400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미국 내 2위 연구소인 RTI international에 2,500명 연구원이 있음).

  - 세종시 문제가 충청권 민심을 넘어 국론 분열 양상으로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데 정치권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나.
  △세종시 문제는 본질적으로 국가발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방법론상의 차이일 뿐 누가 옳다, 그르다 식의 문제는 아니다.

  원안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수정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소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국회 논의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치권에서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전략으로서의 ‘세종시 건설’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제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조언할 것이고 뛰어올 것이다.

  - 이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이 충청권 및 대국민 설득 작업에 ‘올인’승부를 펼치고 있는데 정부 여당의 이러한 전략이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모든 대화는 상대방이 있기 마련, 양 당사자가 마주 앉을 정도의 마음이 열려야 비로소 대화의 시작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충청의 정서는 격앙돼있고 마주 앉을 준비가 돼있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일이 진행돼 왔고 추진과정에서도 공개하지도 않고 거쳐야 할 절차가 생략돼 왔다. 특히 그동안 충청에 내려오신 분들의 언행이 충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바로 이런 과정이 성난 민심에 부채질 하는 꼴이 됐고 지금의 사태를 만든 원인이다. 많은 분들이 충청권에 내려오시는데 내려온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이 급선무이고 진정성이 뒷받침돼야 최소한 마주앉는 일이 시작될 것이다.

  - 야권은 물론 한나라당내 친박계마저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
  △현 정치구도상 법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 한나라당내의 갈등, 야당의 극렬반대가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어 입법화 기대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일정상 금년 6월에는 지방자치 선거가 있고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다. 세종시 문제가 정치쟁점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이해관계에 있는 정파의 힘겨루기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1∼2년 후에는 아무것도 된 것이 없어 연기군민을 비롯한 충청인들의 상실감만 커지고 생활고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충청권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지방발전정책의 근간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두렵다.

  - 충청 출신으로 총리에 발탁된 이후 세종시 수정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해 온 정운찬 총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한 나라의 총리를 지내시는 분에 대해 평을 한다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임명도 받기 전에 대안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나 철학 없이 수정론을 제기한다거나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관성 없는 모습 등을 지켜보면서 오랫동안 학교에 계신 데서 오는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외람되지만, 총리께서는 말씀을 조금 아끼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취임 이후에 일곱, 여덟 번을 도시의 성격을 바꿨다.

  충청권이 가장 반발하고 실망한 것도 총리가 자꾸 말을 바꾸다 보니까 신뢰를 많이 상실한 것이다. 또한 수정안이 어차피 문제가 제기됐다면 좀 대범하게 그리고 조금 느긋하게, 신중하게 우보의 행보를 좀 하는 것이 좋지 이거 마치 이거 안 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자기 명예를 걸겠다, 명운을 걸겠다 하는 것은 너무 국가 일에 대해서 본인의 문제와 자꾸 직결시키는 그런 인상을 받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든다.

  - 지사직을 사퇴하면서도 탈당은 하지 않은 배경에 6월 지방선거 출마 내지는 당권 도전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국가경영에 있어 철학과 가치가 다를 수 있고 국가구성원 상호간의 이해관계와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것을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법’과 사회적 자본인 ‘신뢰’라는 두 축에 기초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도지사직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퇴한 것이다. 탈당을 하는 것은 정치적 소신을 바꾸는 것인데 나는 당원으로서 한나라당의 정강정책과 정치적 지향점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여당이자 행복도시 건설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에 있어야 제대로 된 목소리 낼 수 있고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세종시문제로 한정해서 생각하고 나의 사퇴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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