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산 보존 복원 세계 경쟁시대
역사 문화 정체성 찾기 위한 노력을
외국인 위한 편안한 음식 개발 필요
‘스토리텔링’으로 진한 감동줘야
공주와 유사한 역사문화도시도 참고

  세계는 지금 역사문화자산의 보존 또는 복원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01년 세계유산도시 프로그램을 제정해 회원국들의 역사도시 보존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고도보존특별법’을 제정해 공주와 부여, 경주, 익산을 고도(古都)로 지정했다. 고도(古都)(옛 도읍지)란 우리 민족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서 주요한 지위를 가진 곳이다.

  ‘고도보존특별법’은 문화재로 인한 경주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입법됐으나, 대규모의 정부예산 지출을 우려한 관계 부처의 반대로 주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근거가 누락된 채 법안이 통과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의 규제로 개인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됐고 주민들의 반대로 고도보존 기본계획 수립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21C는 문화관광의 시대로 잘 보존되고 가꾸어진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은 그 도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우선 규제로 인한 재산의 손실과 행위제한에 따른 각종 불편을 호소한다.

  실제로 엄격한 원형보존의 원칙을 적용하면 현대인들의 생활양식에 필요한 시설 변경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또한 문화재 주변 일정 구역 안에서는 시설 건립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재산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도 지역 주민들은 보존지구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백제의 고도로 지정된 공주시의 발전을 위한 해법을 찾고자 중국의 고도(古都)를 견학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1. 서 안
  서안은 중국 최초의 수도이며 중국전역의 중심부에 위치한 5000년의 역사도시이다. 아테네, 로마, 카이로와 함께 세계 4대 고도로 꼽히는 도시로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중 하나로 “오천년의 중국역사를 서안에서 볼 수 있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가 도착한 서안함양공항에서 1시간을 달려서“관중평원을 얻는 자가 천하를”라고 하는 관중평원을 지나 서안에 도착했다.

  서안은 한나라때 11명의 황제가 살았던 도시로서 가장 큰 무덤이 진시황의 무덤이다. 하지만 한경제의 무덤만이 공항건축으로 우연히 개발했으나 인위적인 개발을 하지 않아 차창관광을 하고 있다.

  서안은 ‘장안의 화제’라는 말이 있던 장안이며, 당나라때 부르던 이름이 우리에겐 더욱 친근하게 알려져 있다. 건물들이 상부지붕을 전통양식인 한옥의 분위기로 고도(古都)의 냄새가 물씬 풍겨 나왔기 때문일까? 도시전체가 아직도 살아 숨 쉬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현대 도시와의 조화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을 가졌다.

서안성벽

  서안성벽은 중국에서 보전하고 있는 건축물중에 가장 완전한 고성중의 하나이다. 전체길이가 13.6km, 높이가 12m, 폭이 15m로 높고 두터운 고성벽이 가장 큰 특징으로 그 역사가 600년에 이르며 세계에서 가장 보존이 잘돼 있다.

  명나라 홍무제때 건설됐고 역사적 건축물의 의미를 넘어 공원과 성, 길, 물이 어우러진 공원이 조성된 것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성벽을 기준으로 성안의 건물은 저층이고 성밖의 건물은 고층으로 36m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서 고도(古都)는 보존하고 외곽은 개발을 하는 정책을 통해 발전을 꾀하고 있었다. 공주시의 공산성의 여장과 금강교가 뇌리를 스쳐가면서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가의 숙제가 남겨졌다.

사진은 진사황 황금마차

죽은 진시황을 지키는 진시황 병마용

  병마용(兵馬俑)이란 흙으로 빚어 구운 병사와 말을 가리킨다. 불멸의 생을 꿈꿔왔던 진시황이 사후에 자신의 무덤을 지키게 하려고 만든 것으로 거대한 규모와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힐 만큼 현재까지 3개의 갱이 발견됐고 700여개의 실물크기의 도용과 100개가 넘는 전차, 40여필의 말, 10만여개의 병기가 발굴됐다.

  병기는 실제 무기이고 도용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자세와 표정, 복장, 머리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그 섬세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천년 어둠에서 깨어난 황제의 친위대, 각기 다양한 표정과 모습으로 전 세계를 경탄하게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병마용갱(兵馬俑坑)은 1974년 봄, 우물을 파던 그 곳의 이(李)씨라는 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이씨가 동네 앞 감나무 밭을 4m 정도 팠을 때 모양을 확실히 알 수 없는 도기 조각과 항아리 같은 모양의 깨진 유물이 나와 이를 관청에 신고함으로써 병마용의 발굴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신고한 이씨는 당시 30위안을 보상금으로 받았으며 박물관이 세워진 뒤 박물관내 기념품매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금은 자신이 관광대상이 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어 일부러 그를 보러 오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진시황의 병마용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해서 같은 모습이 하나도 없다. 얼마나 정교했는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천2백 년 전의 중국의 도자기 기술 수준의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양준모 의원이 병마용을 최초 발견한 이씨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2. 낙 양
  서안에서 5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낙양으로 이동하였다. 의자자리가 아닌 침대칸이어서 편하게 갈수 있었지만 상·중·하 침대 중 위의 칸이라 제대로 앉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일행은 1층 칸에서 모여앉아 세상이치를 논하며 기나긴 5시간의 열차여행을 하게 됐다. 5시간 여행은 기본 30시간의 중국여행에서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에 참으로 넓은 중국땅을 실감했다.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며……”어렸을 적 성주풀이의 뜻을 모르면서도 제멋대로 상상해오던 아주 익숙한 도시이다.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지만 백제의 의자왕과 왕족 외 약 1,000여명이 사비성(부여)을 함락시킨 소정방에게 끌려왔다는 낙양이건만 들어가는 초입부터 도시는 누렇게 빛이 바래 있었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제국의 옛 수도는 이제 그저 그런 공업도시로 전락해 간간이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걸까. 낙양의 첫인상은 평범하였다. 인구 600만 명, 넓은 도로와 여기저기 하늘로 향해 솟아오르는 빌딩들로 지금은 재건축공사가 한창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최근의 중국내 다른 도시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림사 

  소림사 경내에 들어가니 벽돌색 무술수련복을 입은 수많은 수련생이 보였다. 소림사가 있는 등봉시는 40∼50여개의 무술학교가 있고 어린 소년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열 명 이내의 작은 학원도 있지만 2만 명의 수련생을 가진 어마어마한 규모의 학교도 있다. 소림사에서 3∼4년 공부를 하고 나면 무술공연 배우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경비, 호신직업인 등으로 풀린다고 한다. 소림무술의 시초는 달마대사가 면벽수련을 하는 승려들의 건강을 위해 5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본 따서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현재는 중국무술의 대명사로 통한다.

  우리들은 무술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소림무술의 근원인 18나한진을 펼쳐 보이는 단원들이 한명씩 각 동물의 특성을 살려 연마한 무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유연하면서도 깜짝 놀라게 하는 신기에 가까운 무술 쇼를 한시간 가량 관람했다. 이소룡도 이곳 무술학교에서 무술연마를 했다고 한다.

  소림사는 중국의 5대악산에 속하는 숭산의 품속에 웅지를 틀고 있다. 그렇기에 내심 기대를 하였건만 상업화 되고 있는 소림사와 고찰로서의 고고한 멋이 없는 것에 실망했다.

  출출하던 우리 일행에게 영태사라는 사찰 옆에 있는 사찰음식 전문 음식점에 들러 소림웰빙식(食)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웰빙식이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스님들이 먹는 식사 그대로란다.

  야채나 식물성 나물로 만든 반찬인데 마치 육류로 착각할 정도로 요리비법이 신기했다. 중국 현지식은 각종 향신료와 기름을 범벅하여 느끼한 음식으로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다. 하지만 야채로만 만든 11가지의 반찬은 느끼함을 느끼지 않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먹기에 부드럽고 입맛에 거부감이 없는 편안한 음식을 개발하는 것도 관광상품 개발의 의무가 아닌가 싶었다.

관림(關林) 

  용문석굴에서 낙양 시내로 들어가던 길. 관림(關林)이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무덤을 묘라고 하나 제후의 무덤을 총, 황제의 능은 능이라 하는데 성인의 묘를 림(林)으로 칭한다. 공자의 묘를 공림(孔林)으로 부른다.

  관림은 바로 중국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관우의 무덤이었던 것이다. 기억이 머릿속을 정렬하기 시작했다. 형주 성을 지키던 관우가 육손의 계략에 말려 손권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목만 조조에게 보내진다. 조조는 나무로 관우의 몸을 만들어 성대히 제사를 지내준다. 그 무덤이 바로 이곳에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로 삼국지를 상기해 본다.

  입구에 높은 나무 한그루가 세 갈래의 형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도원결의한 3형제의 모습이고 그 옆의 몸체가 꼬여 있는 나무를 보고는 관우가 몸을 날리며 싸움하던 모습이라고 설명하는 가이드를 보면서 중국에서도 ‘스토리텔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를 마치며

  4박5일의 연수를 마치면서 서안과 낙양이 중국의 고도(古都)이었지만 두 도시는 차이가 극명함을 느끼었다.

  역사·문화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관광을 위한 도시 공간 조성으로 살고 싶은 도시,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공주와 유사한 역사문화도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역사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추구하는데 우선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고자 함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다만, 중앙정부를 비판만 하고 예산만 달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공주시에 배정되는 여러 가지 재원을 도시재생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중 투입해야 한다.

  고도 육성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데 이러한 결단에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단계이다. 고도(古都)를 일반 도시처럼 개발해서는 안 된다. 고도답게 역사문화도시로 개발할 때 고도의 장점만을 살릴 수 있다. 그래야만 도시도 살릴 수 있고 역사문화도 살릴 수 있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본다.